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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총리급 `저출생부` 신설, 부처만 늘리는 옥상옥이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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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4-05-09 17:52
[사설] 부총리급 `저출생부` 신설, 부처만 늘리는 옥상옥이어선 안 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부총리급 전담부서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 앞선 대국민 담화 성격의 '국민보고'를 통해 "저출생 문제는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며 "과거 경제성장을 강력히 추진해 온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구정책 부처 신설은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선 '실행력 있는 정부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에게 현재 교육부 장관이 맡고 있는 사회부총리직을 줌으로써 부서에 무게를 실어준다는 계획이다.


현재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 난제 중의 난제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출산율은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역대 최저'를 반복하며 날개 없이 추락하는 양상이다. 앞으로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생기면 상황의 반전을 모색하는 정책 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질 여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이번 구상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구 문제는 주거, 육아, 일가정 양립, 노동, 교육, 수도권 집중 등 여러 사안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출산을 주저하게 된다. 이를 한 부처가 감당하려면 우선 각 부처에 흩어진 관련 업무들을 한데 모으는 전면적인 재조정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인구 전담 부처만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런 장치가 없다면 업무 중복과 갈등이 야기되어 비효율적 부서가 돼버릴 수 밖에 없다. 결국 부처만 늘리는 옥상옥(屋上屋)이 되는 것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섣부른 처방전을 내놓았다가 되레 병만 더 악화될 뿐이다. 지금까지 인구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이유가 전담 부서나 부총리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정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기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성하고, 정책 집행 권한과 예산권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장관 자리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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