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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라파 지상전과 美대학가 시위, 속 터지는 바이든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4-05-08 16:43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라파 지상전과 美대학가 시위, 속 터지는 바이든
이스라엘이 결국 가자지구의 '마지막 피란처'인 라파를 향해 지상작전을 전개했다. 이는 미 대학가 반전 시위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불길한 징조다. 반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횡재'다. 전 세계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시위가 11월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파 지상전' 시동 건 이스라엘
이스라엘군의 라파 국경검문소 장악으로 지상군 본격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군은 탱크를 동원해 지난 7일(현지시간) 오전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점령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남부에서 가자지구로 진입할 수 있는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까지 폐쇄했다가 구호물자를 막지 말라는 국제사회 압박에 8일 다시 개방했다. 이제 이스라엘은 즉각적으로 광범위한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지상전 공포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는 북쪽에서 떠밀려간 피란민들이 밀집한 최남단 국경 소도시다. 가자지구 남동부 끝자락에서 각각 이집트,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전쟁 전에는 27만5000여명이 거주했던 곳이다. 지금은 봉쇄와 폭격에 떠밀려간 피란민의 텐트촌이 밀집해있다. 유엔은 이번 전쟁으로 17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인 140만명 이상이 라파의 텐트촌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라파는 특히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라파 지상전은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전시위로 '전쟁터'된 美대학

전쟁은 가자지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학가에도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자전쟁 반대 시위는 여러모로 1960년대 베트남전 반전 시위와 비슷하다.

우선 베트남전 때와 마찬가지로 대학가 시위가 국가 정치 영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학생 시위가 캠퍼스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을 둘러싼 논쟁, 여야와 여당 내 분열과 대립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이 유사하다.

시위의 진앙이 베트남전 때와 같다는 것도 주목된다. 1968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반전 운동의 선봉에 선 학교는 미국 동부 명문대 컬럼비아대학교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인 현직 대통령이 시위를 중대한 리스크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여기에는 1968년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민주당 소속 린든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전 반대 여론에 휩쓸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인기가 떨어진 존슨 대통령은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직 대통령이 출마를 포기하자 민주당 대선 경선은 치열해졌다.

1968년 8월 미국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으나 결국 사단이 났다. 반전 시위대 수만명이 전당대회장에 몰려온 것이다. 시위대는 대회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경찰, 연방군과 주방위군, 그리고 정보기관 요원까지 동원돼 강경 진압이 시작됐다. 미국의 방송들은 대선 후보로 선출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을 비추는 대신 군경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난사하고 곤봉을 휘두르는 장면을 내보냈다. 그야말로 '피의 전당대회'였다.


공화당 후보 리처드 닉슨이 수혜자가 됐다. 닉슨은 "베트남 전쟁에서 명예롭게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11월 대선에서 닉슨은 민주당 후보 험프리를 꺾고 승리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2024 전당대회' 개최지도 역시 시카고다. 민주당은 오는 8월 시카고에서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한다. 그런데 반전 시위대가 이번 시카고 전당대회에서도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주당에겐 '악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감하다. 이미 젊은층에서 바이든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민주당 선거캠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68 사태'를 상기시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뛰어넘지 못하면 재선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다.

◇트럼프에겐 '호재'

시위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확산되고 민주당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겐 순풍이 불게 될 것이다. 이미 트럼프와 공화당은 쾌재를 부르면서 대학가 시위를 정치쟁점화 하고 있다. 반(反)유대주의를 규탄한다는 명분을 들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의 고문 역할을 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 모든 것이 조 바이든 때문"이라며 "그와 그의 당은 반유대주의의 불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러에 따르면 미 대학가는 '폭력과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

트럼프도 '68년의 교훈'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대학가 시위를 '폭동'이라 부르며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한 경찰을 "정말 아름답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전쟁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용서할 수 없지만, 엄청난 수의 민간인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보복도 비판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 지상군은 바이든 대통령이 '레드 라인'이라고 불렀던 라파로 이동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선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전 이후 56년 만에 일어난 최대 규모의 반전 시위다. 올 가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늪에 빠졌다. 전쟁과 캠퍼스 시위는 다루기 굉장히 어려운 사인이지만 돌파구는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결단력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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