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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줄소송 어쩌나 … `충실의무 확대`에 기업 초비상

장우진 기자   jwj17@
입력 2024-06-10 15:53

야당, 상법 일부개정안 추진
전문가 "M&A 등 위축 우려"


엘리엇(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액의 주식을 매입해 해당 기업 등기이사들에게 '충실의무 불이행'을 빌미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다. 회사는 줄소송에 대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임원배상책임 보험을 들어야 하고, 소송이 두려운 경영진들은 과감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이는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비용이 전가되면서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진다.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소액 주주들까지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여기에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상법에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뒤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재계가 비상이다.

경제단체들 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해당 법안의 취지와는 달리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의뢰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전제로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인정 여부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총 주주를 충실의무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는 주주 1인이라도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결정을 금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실적으로 달성불가능한 목표"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재의 회사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5일 발의했다. 민주당의 박주민·이용우 의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안건을 지난 21대 국회에서 낸 바 있다. 박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의 대상에 총 주주를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주주가치 제고가 사실상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옥죄는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의 경영활동은 단기적인 실적뿐 아니라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데,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의 반대의 부딪히면 투자보다 배당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인수합병(M&A)의 경우 물밑 작업과 속도전이 생명인데, 이런 민감한 사항을 임시주주총회 등 주주동의를 얻어 진행할 경우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수 주주의 동의를 얻더라도 반대하는 일부 소수 주주 '비례적 이익'을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주주가 회사의 자금을 중장기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보다 '배당'을 통한 단기 이익을 주장할 경우 회사의 성장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경우 노조와 과거 체결한 단체협상(단협)으로 해외투자 시 노조 동의를 얻어야 했는데, 이 조항 때문에 현대차는 미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 투자 당시 노조의 반발로 고생한 적이 있다. 소액 주주까지 이해관계가 넓어지면 셈법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경영권 침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 엘리엇의 공세나, SK그룹의 경영권을 뒤흔든 소버린 사태에 취약한 상황에 처한다. 행동주의 펀드 역시 주주라는 점에서 이사진의 행동에 따라 이들이 법정 대응 등의 반기를 들 여지가 생길 수 있어서다.

유정주 한경협 팀장은 "M&A나 대규모 투자 시 주주동의를 받는 문제를 넘어, 일부 주주가 반대할 경우 이들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장기 투자 재원을 단기이익을 위해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가 있다면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주주에 대한 이권을 챙기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안정적인 경영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예상 범위를 벗어난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시나리오를 구상하기도 어렵다.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김수연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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