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한민국 리바운드 준비
반도체 등 전략산업 집중 투입
강석훈(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 도약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첨단 전략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는 게 프로그램의 뼈대다.
강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면 전 산업에 걸쳐 연간 8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연간 34조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14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첨단산업 지원을 위해 산은의 자본금 확충은 필수다. 앞서 정부는 작년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4대 첨단전략산업 분야에서 2027년까지 '550조원+알파(α)' 수준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자금 공급 여력을 확보해 일부는 현재 기획 중인 반도체 분야에 추가로 배분하고, 잔여 자금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의 첨단전략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겠다"면서 "정부와 협력해 전용 금융상품과 'AI 코리아 펀드' 출시 등을 통해 국가 AI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산은을 통해 17조원 규모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강 회장은 "국고채 금리 수준의 파격적인 저리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이를 위해 산은의 자본금 확충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는 10년째 30조원으로 묶여 있다. 현재 자본금은 26조원. 반도체 산업지원을 위한 증자 예정액과 올해 이미 예정된 증자금액 4000억원을 더하면 자본금은 28조원이다. 한도까지 2조원 남는 셈이다.
강 회장은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저리 대출 하기 위해서는) 정부 증자가 필요한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정부 출자 이전에라도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일정에 맞게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산은 자체적인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향후 3년간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 우대 폭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강 회장은 산은이 추진해온 기존 과제들에 대해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강 회장은 "KDB생명은 매각이 실패했다"면서 "내년 2월 펀드 만기를 앞두고 사려는 곳(원매자)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KDB생명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만기일자는 내년 2월이다. 펀드 만기 전까지 누군가 회사를 매입하지 않는 한, 산은이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이밖에도 강 회장은 본점의 부산 이전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직원들도 정부의 과제를 놓고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하고, 산은법 개정 전에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작년 매각 협상이 결렬된 HMM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재매각 계획이 없다"면서 "협상이 결렬된 이후 (해양진흥공사와) 어떻게 하자고 논의되거나 협의가 이뤄진 것이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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