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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가 `100억 횡령을`…구호만 남은 우리금융 내부통제

김경렬 기자   iam10@
입력 2024-06-11 17:15

전결권 없는 직원 사고에 '술렁'
자진신고 10억 포상금도 무용지물
금감원, 오늘 긴급현장검사 시행


우리은행에서 100억원 규모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2년 700억원대 횡령이 적발된 지 2년 만에 대형 금융사고가 또다시 적발된 것이다. 지난해 BNK경남은행의 2988억원 횡령 사고, 올해 초 NH농협은행의 110억원 규모 업무상 배임 사고 등 은행 직원들의 일탈 행위는 이어지고 있다.


11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일 경남 김해지점에서 대리급 직원 A 씨가 경찰에 자수했다. 우리은행은 본점 여신감리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고 강조했다. 소명을 요구해 자수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A 씨는 기업 대출을 담당한 대리였다. 방법은 서류 위변조다.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100억원 대출금을 빼돌렸다.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 60억원가량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은 해당 지점에 특별검사팀을 급파했다. 경위 파악과 횡령금 회수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우리은행의 입장과 달리,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 오류에 대한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된다. 내부적으로도 "대리급 직원은 전결권이 없는데, 어떻게 100억대 대출금을 횡령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술렁이고 있다.

대출금 횡령이 지난 5개월 간 계속됐지만 지점의 자체적인 감독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업대출 구조상 직원 1명이 대출금에 대해 심사·집행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02년 700억원 횡령 사고 당시 "현실적으로 파악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해명도 이번에는 설득력이 크지 않다. 당시 횡령한 직원은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면서 동생과 함께 본인이 관리했던 국가 간 계약금을 빼돌렸다. 돈이 에스크로(가상)계좌에 있다 보니 채권단이 한국정부를 상대로 756억원(계약금과 이자 등)을 돌려달라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진행하기 전까지 확인이 어려웠다. 장부를 조정하고 숫자를 맞춰놓으면서 2012~2020년까지 수년간의 내부 감사를 지나친 것이다.

해당 범행으로 기소된 직원과 동생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5년, 12년을 통보 받았다. 형이 확정됐다. 최근에는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 3년을 추가 선고 받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강조해왔다. 임 회장은 "99.9%가 아닌 100% 완벽한 내부통제 달성을 위해 절대 경각심을 늦추지 말자"고 주문했다. 그리고 △내부통제 체제 개편 △임직원 인식 제고 △역량 강화 등 세 축을 토대로 한 혁신방안을 추진해왔다.
전 직원이 최소 한 번은 내부통제 업무 경력을 갖출 것을 의무화했다. 내부자신고의 익명을 강화하고, 신고자에 대해서는 최고 10억원의 파격적인 포상금도 내걸었다. 준법·검사 등 내부통제 인력도 확충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우리은행의 자체적인 감독강화와 내부직원 교육 등 관리 프로그램이 모두 헛구호였음이 입증됐다.

금융권 한 인사는 "이번 횡령은 기업 대출금을 빼돌린 사안으로 시중은행 여신 수탁고에 대한 고객 신뢰를 근간부터 흔들 수 있다"면서 "상황을 매우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우리은행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액수가 크다보니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를 결정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대리가 `100억 횡령을`…구호만 남은 우리금융 내부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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