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육아휴직·단축근무 등 모성보호제 '의무화' 검토 필요
주4일제 신중해야… 정치적 접근은 '표퓰리즘'
실제 정년 49세… 연공급 임금체계 손질해야
공공 임금체계 개편 후 민간 확대가 바람직
![[오늘의 DT인] "저출생 기저엔 노동시장 이중구조 있어… 경직된 시장 개혁 급선무"](http://contents.dt.co.kr/images/202406/2024062302109958050002[1].jpg?var=2156 "[오늘의 DT인] \"저출생 기저엔 노동시장 이중구조 있어… 경직된 시장 개혁 급선무\"")
김문수(사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1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용이 불안한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출산은 남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정규직을 향한 무한경쟁이 사교육 문제, 수도권 집중,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지며 저출산을 다시 가속하는 악순환 구조"라며 "근본적으로 합리적 차이가 아닌 불공정한 이중구조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운동의 대부격으로 3선 의원에 경기도지사를 지낸 김 위원장은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 등 모성보호제도의 의무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눈치 보지 않고 육아지원 제도를 쓸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단기적으로는 최우선 과제라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경영계의 여건을 고려하되, 모성보호제도의 의무화를 최대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지불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지원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과제는 '노동약자' 보호라고 역설했다. 기업의 규모가 작고 고용형태가 불안정한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플랫폼 노무종사자 등 미조직근로자를 예로 들었다. 다만 이들의 보호를 위한 규제 마련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불능력이 없는 사업장에 과도한 노동규제를 하게 되면 결국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선의의 정책이 고용을 감소시키는 역설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해관계자들의 사정을 충분히 경청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전면 적용보다는 단계적으로 하나씩 풀어가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노사정 대화는 필연적으로 갈등구조다. 의제설정, 위원구성부터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힘겨운 과정을 거친다. 참여 주체들의 갈등을 최대한 조율해 타협을 이끌어 내는 것이 경사노위의 역할이다. 임금체계 개편, 주4일제 전환 등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그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우선 해묵은 과제였던 노사관계 법치주의가 확립됐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이미 '성공단계'라고 평가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30여년 넘게 노사관계에 뿌리내려 온 불법과 불공정 관행을 끊어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정부는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하다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했다"며 "화물연대의 물류대란과 노조의 불투명한 회계 문제 등을 원칙대로 해결한 결과, 최근 10년간 근로 손실일수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는 성과가 노사관계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비롯해 축적돼 온 구조적 문제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법·제도 개선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특히 근로시간 개편은 민감한 의제다. 과거에는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많은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몸을 내던졌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임금은 아직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히지만, 여가와 자기계발, 보육과 건강권에 이르기까지 일·생활 균형에 대한 욕구가 높다. 지난 21일 경사노위 안에 일·생활균형위원회가 출범한 이유다.
그는 야당과 노동계 일각에서 나오는 주4일제의 제도화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건이 되는 회사나 업종을 노사 자율로 할 수 있으나, 모든 사업장에 일률 적용되는 제도개선은 다르다"며 "정치논리로 산업현장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것은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유연화 논의를 하더라도 세 가지 전제조건을 지켜야 한다. 연간 노동시간을 늘리지 말아야 하고 개편방안이 노동자의 건강권(휴식권)을 해쳐선 안 될뿐더러, 노동자가 원할 때 개편해야 한다"며 "경사노위의 일·생활균형위원회에서 합리적인 개편 방안을 도출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금체계 개편도 '뜨거운 감자'다. 해마다 저절로 임금이 오르는 현재 우리나라의 연공급 임금체계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고성장 시대에나 적용 가능한 임금체계로 공정한 보상이라는 가치에도 맞지 않는다. 임금 부담으로 중장년층은 오히려 오래 일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법적 정년이 60세임에도 실제 정년이 49세에 그치는 점은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임금체계 개편은 제도로 강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이나 공공부문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솔선하고 민간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다양한 모델 발굴과 경로에 대해 노사정간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의 개선을 비롯해 일·생활균형에 도움이 되는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도 중요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꼽힌다. GTX는 김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시절 제안한 사업이다. 지하철, 전철보다 3배 이상 빠른 GTX는 수도권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삶의 질 향상의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세상은 변해가는데 제도와 관행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된 만큼, 어려운 곳에서 일하는 국민을 위한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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