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링크업 대표
첫 직장 日 소프트뱅크벤처스서 23년 근무한 후 개인사업자로 변신
"가장 큰 무기는 '경험'… 스타트업과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매력적"
![[오늘의 DT인] "경험 맘껏 발휘하게… 솔로프러너가 경단녀 사회 복귀 대안될수 있어"](http://contents.dt.co.kr/images/202407/2024070102102163060001[1].jpg?var=5757 "[오늘의 DT인] \"경험 맘껏 발휘하게… 솔로프러너가 경단녀 사회 복귀 대안될수 있어\"")
1인 기업 링크업의 김수경(46·사진) 대표. 그는 이른바 '솔로프러너'다. 'Solo'(솔로)와 'Entrepreneur'(기업가·엔터프러너)의 합성어로 '1인 기업가'를 통칭하는 말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고매출을 올리는 1인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링크업은 스타트업 전문 커뮤니케이션 기업이다. 직장인에서 1인 기업가로 변신한 김 대표에게 장단점을 물었다.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만족해요. 하지만 '무한한 책임감'이 뒤따르죠. 판단에 대한 결과가 100% 오롯이 내 책임이 된다고 생각하니 평소엔 당연했던 결정도 주저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김 대표는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난 2000년 만난 첫 직장이 VC인 소프트뱅크벤처스(현 SBVA)다. 이 곳에서 23년을 근무했다. 이 회사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자회사 소트프뱅크코리아를 통해 100% 지배하던 손자회사였다. 마지막 직함은 '커뮤니케이션실 이사'. 밸류크리에이션팀을 거치며 해외 투자자 초청 행사 주관 및 기획, 포트폴리오 대표들을 위한 각종 세미나, 네트워킹 모임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소화했다. '재무 투자' 이외에 투자사가 제공해줄 수 있는 추가적인 가치에 집중해왔다.
김 대표는 "시대가 변하면서 VC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가치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고 밀했다. 그가 인력 이동이 잦은 업계에서 20년 동안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손정의 회장이 보여준 에너지다. 그는 "(손 회장이) 물려받은 부(富)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성장 모멘텀에 베팅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며 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같은 에너지를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사실 스타트업들의 모든 도전은 비관론자의 눈으로 보면 '안해도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는 아주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된다"며 "자기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실행력과 에너지들을 옆에서 모닥불 쬐듯이 받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 업계에서 꽤나 알려진 '워킹맘'이기도 하다.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수많은 경험을 쌓긴 했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은 쉽지만은 않았다.
비결을 물었다. 김 대표는 "10년 전에는 첫째 출산 후 3개월만 쉬고 나와서 또 일을 했다"며 "다만 둘 다 100%로 잘 해야겠다는 생각 대신 내가 안할 수 있는 부분은 안하고, 놓을 수 있는 부분은 편하게 놓으면서 양쪽 상황에 따라 조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뒀다. 직장인 생활을 청산하고 두 아이의 교육에만 전념하려고 했다. 실제로 퇴사 후엔 몇 달간 신나게 학부모들과 브런치, 백화점 오픈런, 평일 전시회 관람, 제주 한달살기 등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하지만 날짜 개념 없이 넷플릭스 몰아보기를 하던 어느 날 김 대표는 '나는 이걸로 충족이 안되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고 한다. "어느날 갑자기 일이 하고 싶더군요. 그래서 남편에게 전화했어요. '나 다시 일 할래'라고."
"닥친 일들을 쳐내면서 살 때는 어떨 때 기쁘고 즐거운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일을 쉬고나니 오히려 생각이 '뾰족'해지더군요. 정신과 몸이 건강하게 살 날이 꽤 남았는데, 지금 몇 달처럼 남은 인생을 살았을 때 과연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랴부랴 개인사업자 등록부터 했다. 새로운 도전의 뒤에는 남편과 아이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당초 남편이 3년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는 시점에 맞춰 전업주부의 길을 걸으려 했다. 남편은 김 대표의 '경로 수정'에 흔쾌히 동의했다. "요즘 집에서도 노트북을 끌어안고 밤낮없이 일하는 데 큰 딸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되게 바빠 보이는데 되게 행복해보여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은 저출생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 대표는 솔로프러너가 경력단절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복귀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생활을 해보니 여성 직장인들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자녀) 학업 등 시기에 맞춰 큰 채로 떠내듯이 한 번씩 걸러지게 되더라. 점점 한국에서 출산이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며 "사회의 인식 자체는 천천히 우상향하고 있다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여성들이 재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사회적인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창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솔로프러너가 많아지고 보편화되면 누구든 부담 없이 경력 단절 이후에도 다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면서 "경험을 살려서 다시 일할 수 있는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된다면, 좀 더 용기를 내서 해 볼 만한 도전"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요즘 '꿈의 크기'를 키우고 있다. 바로 VC 홍보 대행이다. 사이즈가 큰 하우스들은 내부 홍보 담당자들이 있지만 몇 개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내부 담당자가 없기 때문이다. 내부에 팀을 두기엔 규모가 작은 운용자산(AUM)규모 몇 천억 원 수준의 VC들에게는 관련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는 어디 VC 투자를 받을 건지도 (스타트업이) 골라서 받을 수 있었다"며 "가령, '어디는 글로벌 진출 도와준대', 혹은 '어디는 투자 모집과 사람도 뽑아준대' 하는 기대효과들이 있다보니 VC 입장에서도 '우리는 이런 밸류 제공해줘요'하면서 VC들마다 각자의 컬러를 가져가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본인의 가장 큰 무기는 '경험'이다. 그는 "스타트업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경험들이 많다. 이 경험을 여러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하고 업계의 자양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스타트업과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했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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