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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칼럼] 보조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미국, 한국은 왜 못하나

박정일 기자   comja77@
입력 2024-07-09 18:06

박정일 산업부장


[박정일 칼럼] 보조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미국, 한국은 왜 못하나
일자리가 넘쳐난다. 경제 상황이 너무 좋아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투자자금이 물밀듯 몰려온다. 이 가운데서도 한국 기업들의 현지 투자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미국의 현재 모습이다. 청년 실업과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이 일자리와 경제 호황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주요 20개국(G20) 중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인 국가 가운데 한국과 함께 가장 높은 숫자다. 다만 차이는 한국의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수출산업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반면, 미국은 내수와 일자리 투자가 고루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경제 성장에는 한국 기업들이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기업의 직접투자(FDI)로 미국에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총 18만2880개(리쇼어링 10만8351개·직접투자 7만4529개)에 이른다. 그 가운데 국가별 일자리 기여도는 한국이 17%로 1위다.

영국이15%, 독일이 11%, 중국과 일본이 9%로 뒤를 이었다. 특히 미국 총 50개 주 중에서 리쇼어링과 해외기업 직접투자로 창출된 일자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켄터키(14%)와 조지아(10%)로, 모두 SK온과 현대차가 투자한 지역이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미국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바로 보조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지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에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들에게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해주고 있다.

자국에 첨단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 업체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인 규제개선 노력까지 해주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일본에서는 20개월 만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초고속으로 완공하는 사례가 나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세액공제 수준의 소극적 지원책만 내놓고 있다. 그나마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의식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은 대규모 자본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대기업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먼저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이 만들어져야 부품, 소재,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에 이르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이는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배터리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다 중국 등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먼저 만들어져야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그나마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K-칩스법' 재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만사지탄'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직접 지원까지 포함하는 지원법안을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여야 정쟁으로 국회가 사실상 마비상태라 정상적인 법안 논의가 언제쯤 이뤄질지는 기약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설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이기주의의 벽을 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첨단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등을 미래 경제성장의 핵심으로 보고 '국가 안보'까지 거론할 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한국은 거꾸로 간다.

재계에서는 보조금이 대기업 밀어주기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첨단산업에 대한 초국가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생존이 최우선이다. 살아남아야 분배도 할 수 있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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