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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취업 티켓`으로 변신한 불합격 통보 메일

   
입력 2024-07-10 18:34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취업 티켓`으로 변신한 불합격 통보 메일
취업시장 어디나 그렇듯이 합격자가 있으면 불합격자가 생기는 게 당연한 일이다. 특히 서류전형, 1차면접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며 최종면접까지 올라왔으나 아깝게도 불합격한 후보자들에게 거의 모든 회사들이 불합격 통보를 메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회사에서 보내는 슬픈 불합격 통보 메일을 일본에서는 흔히 '기도 메일(お祈りメ?ル)'이라고 부른다. '항상 건승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 인사를 한 이메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느님, 부처님에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바랍니다'라는 의미의 정중한 표현이다. 채용하는 기업에 있어서는 불합격시키는 학생이라고 해도 미래의 잠재 고객이기도 하니 되도록이면 무례하지 않도록 대응하려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이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불채용 '기도 메일'을 인재 스카우트에 활용한 서비스가 일본의 인재채용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끌고 있다. 특별 인재채용을 전문으로 하는 주식회사 ABABA(아바바)가 그 주인공이다. 2020년 10월 설립된 이 회사가 운영하는 특별 채용 서비스 'ABABA'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최종 면접 불합격 통지서인 '기도 메일'을 불합격자가 인증작업을 통해 사이트에 등록하면 다른 기업의 일자리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이색 서비스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취업 티켓`으로 변신한 불합격 통보 메일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학생들이 지원한 회사로부터 이 '기도 메일'을 받게 되면 불합격생의 약 85%가 가고 싶었고 좋아했던 기업에서 거절장을 받았기 때문에 그 회사가 싫어졌다고 응답했는데, 이 '아바바'와 연결되면 기분 안 좋은 메일이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우트될 수 있는 '취업 티켓'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시작한지 3년반 남짓 지난 이 서비스는 현재 전국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놀라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5월 말 현재 총 등록 취업준비생 수는 약 6만5000명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은 NTT 도코모, DeNA, 훼미리마트 등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해 약 1400개에 달한다.
'ABABA'는 낙방한 학생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주는 긍정적인 측면은 물론 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회사들에게도 많은 메리트를 주고 있다. 비록 낙방은 시켰으나 기도메일을 통보한 회사의 관리자나 인사팀과의 면접을 통해 최종 면접에 합격한 학생은 인간성을 포함한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실력을 떠나서 뽑을 자리와 낙방자와의 매칭에 문제가 있어서 채용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 플랫폼을 통해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재를 채용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에서 꽤 유리하다. 특히 취업 이후에 담당할 직무에 있어서도 기업 입장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실례로 1차로 대형 게임회사 취업에 실패한 지원생이 이 플랫폼을 통해 은행의 벤처지원 사업 직무에 내정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최근에는 부정적 이미지를 안겨줬던 기도메일 통보 기업들이 'ABABA'에 대한 소개를 메일 내용에 추가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플랫폼 회사 입장에서도 특별히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공짜로 광고 효과를 얻기도 한다.

내년 3월 졸업을 앞둔 300여명의 1차 낙방자 취준생을 위해 ABABA는 이미 2000여개의 일자리 제안을 마련해 놓았다. 향후 기업별 절차를 걸쳐 높은 취업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감이 높다. ABABA는 지난 3월 한국의 전경련과 같은 대기업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에 합류하며 폭풍성장을 예고했다.

'절망 메일'이 한 회사의 아이디어로 '희망 티켓'으로 변신하는 기적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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