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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칼럼] 이념외교로 무너지는 대(對) 러시아 외교

강현철 기자   hckang@
입력 2024-07-10 09:14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는 국제관계에서 적도 동맹도 구분이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 안보의 역사적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는 소중한 외교자산이다. 그렇다고 해서 워싱턴에 무작정 러브콜만을 보낸다고 해서 정말로 동맹이 굳건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 한미관계를 중시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단행했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을 당했는데도 워싱턴은 방관하다시피 했다. 한미 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철강 및 전기차 분야의 통상 압력이 뒤따랐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 제2기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를 둘러싼 근본적인 세력개편이 강대국들 간의 거래에 의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체스 게임에서 대한민국이 쓸 수 있는 수는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 배타적으로 속하고 다른 체제를 적대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해도 우리 안보가 절대적으로 확보되지는 못한다.

백악관이 한국을 버리는 카드로 써버리는 경우를 절대적으로 막을 수 있는가. 그게 백악관이 버릴 수 없는 일본 카드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미일 삼각체제에 편입한다고 해도, 항상 미국 이외의 강대국들과의 관계도 소중히 관리해두어야 한다.

지난달 러시아가 북한과 포괄적 전략동반자협정을 체결한 사태를 놓고 한국 외교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들먹이며 즉자적으로 반응했고, 이에 푸틴 대통령은 보복을 공식 경고하고 나섰다.

사실 이번에 북러가 체결한 협정은 1961년의 조소동맹조약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후자는 북한과 러시아가 '전세계 안전보장 목적의 국제적 활동에 동반 참여할 것'과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하는 경우 상호 군사원조를 제공할 것'을 규정하는 명실상부한 군사동맹조약이다.



이에 비해, 이번에 체결된 협정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의 법에 준하여' 상호 군사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헌장 51조는 무력공격을 당하는 국가가 유엔 안보리가 문제를 논의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자위용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자위권은 이미 모든 국가의 고유한 권리로 인정받고 있으며, 집단적으로 행사할 수도 있음이 인정되고 있다.
결국 이런 일시적인 자위권을 북한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약속한 내용이기에, 기간 제한 없는 적극적 공동 군사행동을 약속한 1961년 조약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그동안 탄약 공급기지 역할을 수행한 북한에 대해 안겨준 형식적 선물의 성격인 것이다. 지난 1961년 북러 동맹체제가 마치 복원된 것인 양, 대통령실이 극단적으로 반응하여 또 다른 러시아측의 반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이끌 일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오물풍선 살포 등으로 남북한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마저 우리의 공식적인 적국으로 돌려버리는 게 올바른 선택인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는 건 상대방에 효과가 있을 때 통하는 전략이다. 그게 오히려 한러 관계를 냉각 수준으로 악화시켜 우리 스스로의 선택지를 닫아버리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사실 올해 초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외교차관을 파견해 고위급 면담을 진행했었다. 이 방한 기간에 윤 대통령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 학살시 한국의 대외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인터뷰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이 "윤 대통령 발언은 편향적, 공격적인 계획"이라 맞받아치는 일이 발생했었다. 이에 외교부는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하기도 했다.

러시아 고위급 인사가 서울을 방문한 상태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은 양국 관계 파탄의 신호탄이었다. 양측간 고위급 소통의 채널마저 닫아버리게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의 사태까지 급진전된 것이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접근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국가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겠다고 선언해버리는 건, 그에 상응하는 선언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상식적 법칙마저 모두 거스르면서까지 우리가 얻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최원목 칼럼] 이념외교로 무너지는 대(對) 러시아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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