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공정위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사전 지정을 통한 강한 규제를 강조해왔으나, 업계 반발과 국책연구원의 지적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과점 분야(플랫폼 경쟁촉진)에서 반(反)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규율대상은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이라며 "법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특정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당초 시장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고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반칙 행위를 집중 단속해 강도 높게 제재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철회했다.
업계 반발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업계·전문가·관계부처 의견을 종합 검토해 사후 추정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국책연구원의 지적도 플랫폼 규제 노선 선회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달 '온라인플랫폼의 자사우대에 대한 경쟁정책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사후 규율 방식의 경쟁법 집행에 큰 변화가 요구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공정위는 과징금 상한 조정을 통해 적발 시 제재를 강화한다. 현행 관련 매출액의 6%인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과징금 상한을 8%로 조정한다. 반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한 '임시중지명령 제도'도 도입한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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