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체육단체 임원 징계 절차 개선 및 임기 연장 심의 개선 요구 거부
문화체육관광부가 불공정 징계 절차와 임원 임기 연장 심의 절차 등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대한체육회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오는 18일까지 불공정 개선 이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시정명령을 했다고 10일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8일 대한체육회에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 절차 개선 거부 건에 시정명령을 한 데 이어 10일에도 임원의 임기 연장 심의 관련 불공정성 개선 거부 건에 대해 시정명령을 했다.
문체부는 앞서 지난달 3일,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국민권익위원회의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 상향 권고'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권익위는 지난 2월 종목단체 및 지방체육단체 임원(회장 포함)이 비위를 저질렀을 때 해당 단체에서 징계를 심의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해 체육단체의 '셀프 징계'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문체부의 이행 요구를 수용한 반면, 대한체육회는 신중히 검토한다고 입장을 제시해 사실상 거부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가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내세워 이행 요구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대한체육회는 권익위의 권고사항을 이행하려면 각급 단체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회원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가 회원단체에 대해 관리단체 지정(임원의 해임, 자격정지, 직접 관리 등), 회장의 인준(승인), 포괄적 지시권 등 광범위한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회장 선거나 전국대회 관련 비위 사건은 현재도 직접 징계하고 있으면서 임원의 징계관할권에 대해서만 '회원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것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대한테니스협회 사례를 근거로 삼았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채무가 많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대한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해 협회 임원을 모두 해임했으며, 현재까지도 대한테니스협회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또한, 각급 단체의 정관보다 대한체육회 규정이 상위 규정(회원종목단체 규정 및 회원 시·도체육회 규정)이라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관련 규정만 바꾸면 곧바로 적용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게 문체부의 생각이다.
대한체육회는 또 회원단체가 불공정하게 징계하는 경우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직권으로 '재심의'를 하거나 회원단체에 '재심의 요구'를 할 수 있어 현 체계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를 요구한 대한체육회 회원단체 임원의 비위행위에 대해 해당 단체가 징계사유별 최소 양정기준(징계 수준)보다 낮게 징계한 경우가 있었으나, 대한체육회는 이러한 절차를 가동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재심의', '재심의 요구'는 회원단체에서 징계 관련 결정이 있을 때 이를 재검토할 수 있는 것인데, 징계사유가 있어도 방치하는 경우에는 재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고 반론을 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가 지난달 9일,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허용 심의를 맡고 있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운영의 불공정성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것도 수용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이 임기 연장 목적으로 신청하는 경우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자신이 심의받는 일'이 발생하게 되므로, 현재의 심사 기준이 정관에 위반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대한체육회는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비판했다.
문체부 측은 "대한체육회는 체육계의 낡은 관행을 혁신하고 회원단체가 공정과 상식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책무가 있는 공공기관"이라며 "대한체육회가 문체부의 이행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주무 부처의 감독 권한을 따를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이 법률을 위반하는 것인 만큼 스포츠 공정성을 높이고, 체육계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대한체육회가 불공정 상태를 방치할 뿐만 아니라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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