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맞았다. 헌법 제61조는 국정감사를 행정부의 권한에 맞서 행정부가 독단에 빠지는 것을 막고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명시하고 있다. 평소 행정부 쪽으로 기울어 있는 중심축을 입법부가 가져올 수 있는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이 가장 막강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국정감사의 무게감은 매년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 대상이 되는 기관의 수와 감사 주제는 늘어나는데 일정은 매년 빡빡하게 흘러가면서 결국 무엇 하나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는 '수박 겉 핥기 식' 국감이 되기 일쑤다. 이전처럼 '국감 스타'의 탄생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올해는 여당은 오로지 '이재명 사법리스크', 야당은 '김건희 의혹'에만 치중하면서 국감 시작 전부터 여론의 기대감은 바닥으로 처박힌 지 오래다.
예상대로 흘러갔던 올해 국감 일정 중 가장 대중의 시선이 집중됐던 일정은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였다. 고용노동부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소속 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날 국정감사에 하이브 소속 아이돌 뉴진스 하니가 직접 참고인으로 국회에 출석했기 때문이다. 하니는 국정감사에서 앞서 자체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개했던 이른바 '타 레이블 매니저 무시 발언'을 비롯해 일련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언급했다.
당초 하니의 참고인 채택과 출석 의지가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날 환노위 국정감사의 이슈가 모두 하니에게 집중되며 중요 국정 논의가 뒤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졌다. 아이돌이라는 특수한 신분이 과연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프리랜서 예술인은 근로기준법 밖에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니의 출석과 발언은 그런 면에서 연예인을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논의가 촉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졌다.
현역 아이돌이 국감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현직 연예인 또는 방송인이 국감에 출석한 것은 지금까지 종종 있어 왔다. 지난해에는 그룹 위너 출신의 가수 남태현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약물중독의 위험성과 재활 시설의 열악함을 호소했다. 같은 해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은 KC컨텐츠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사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마찬가지로 산자위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내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올해 국감에서도 불공정 가맹 계약 여부와 관련해 증인 출석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불발된 바 있다.
국감에 유명인이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참석하는 것은 그만큼 대중의 눈길을 끌기 좋은 방편이지만 그에 비례해서 '사고'가 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니의 경우에는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이 국감 현장에서 하니와 '인증샷'을 찍는 것이 포착되면서 비난을 직면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하니가 출석했던 환노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최민희 위원장이 하니의 출석 현장에 직접 자리하는 것은 물론 따로 하니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방위의 여당 의원들로부터 최 위원장이 국감 진행 도중에 하니를 만나고 온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 것이다. 최 위원장은 과방위 정회 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대기실에 있던 참고인을 따로 만난 것부터가 특혜를 누린 것이라는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하니의 출석은 지난 15일로 마무리됐지만, 과방위에서의 설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니를 제외하고 가장 대중의 관심이 높았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대한체육회 대상 국감에서는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홍 감독의 선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은 홍 감독이 면접 장소로 삼은 빵집 이름을 캐묻는 등 본질에서 벗어난 질문을 반복하며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뉴진스 멤버 하니 팜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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