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의 이슈잇슈] "축의금 10만원 내고도 눈치"…결혼식장 밥값 얼마길래

입력 2024-10-21 10:59

서울 대부분 결혼식장의 평균 식대가 10만원에 육박하면서 하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1일 웨딩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결혼식장 식대 비용은 5만원, 가까운 관계인 경우 10만원 안팎을 내는 것이 풍토였지만 최근 고물가로 식대가 오르면서 축의금을 10만원을 내고도 욕먹을 처지라는 하소연이 터져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럴바엔 차라리 결혼식장을 안가고 5만원만 내는 게 결혼식 당사자들이나 하객들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자도 최근 지인의 청첩장을 받은 뒤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하는데 주변에 조언을 구했는데 4인 가족이면 20만원, 아이 둘 데리고 가면 15만원은 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고민 끝에 지인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5만원만 내고 결혼식장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서울 대부분 결혼식장의 식대는 7만∼8만원 선이다. 강남권은 식대가 8만∼9만원을 상회하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의 한 결혼식장 식대는 올해 8만3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약 34% 올랐고 강남구 청담동의 한 결혼식장은 올해 8만5000원으로 작년보다 21%나 인상됐다. 축의금으로 10만원만 내면 결혼식장을 참석하기가 부담스러워진 셈이다.

지인의 결혼식 축의금 얼마가 적정할까?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에 자문을 구해봤다. 우선 축의금 단위를 세밀하게 나눈다. 일반적으로 축의금은 5만원, 10만원, 15만원, 20만원 등으로 구분해 지급하는데 좀 더 세분화해 5만원, 7만원, 10만원, 12만원(혹은 13만원), 15만원, 17만원, 20만원 등으로 구분한다. 혼주인 지인을 친밀도 등을 기준으로 A급, B급, C급 등으로 구분해 C급에 해당하는 지인은 축의금 지급 대상에서 과감하게 배제시킨다. 축의금 지급 대상자가 줄어든다.

위 방법을 적용하면 축의금 지급 대상도 줄어들고, 각자에 대한 축의금 수준도 줄일 수 있어서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간 20건의 결혼식이 발생하고 매 건당 10만원씩을 지급했는데, 물가 상승분을 감안해 15만원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라고 치자(연간 지급액 300만원). 하지만 위의 첫째 및 둘째에서 제시한 방법을 적용하면 20건 중 5건(C급) 정도는 참석 대상에서 손절하고 건당 15만원 대신 12만원씩을 지급하면(연간 지급액 180만원) 연간 축의금 지급액이 120만 원(40%) 정도 절약된다.

축의금을 단체 명의로 공동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회사의 동료나 학교 동창, 동호회 회원 등의 관계자가 결혼을 할 때 혼자 개인적으로 지급하는 대신 동료나 동창, 회원 등과 협의하여 축의금 수준을 정한 뒤 공동명의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동창 20명이 개인적으로 10만원씩 지급할 것을 각 7만원씩 각출해 동창회 공동명의로 지급하는 형식이다.

혼주인 지인의 경제력이 본인보다 현저히 우위에 있을 때는 체면치레할 정도의 수준에서 지급하되, 본인의 지원을 받을 위치에 있을 때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여유 있게 지급한다.
이경 비에나래 총괄실장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가진다"라며 "결혼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통해 상대와의 친밀도를 유지·발전시키도록 하되 본인의 현재 경제적 상황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인의 축의금에 식대 등 물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야 할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최근까지 축의금으로 5만원 혹은 10만원을 지급한 것은 사회적 통례에 따라 그 금액을 지급한 것이지 원가를 따져서 지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식대 등에 필요한 원가 정도는 최소한 보전되도록 책정할 것을 권장한다. 어차피 혼주와의 관계를 고려해 예식장을 찾았으므로 결혼식 참석을 계기로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은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인이 일반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경우와 호텔 등 호화로운 장소에서 올릴 때 축의금을 차등 지급해야 할까? 아니다. 같은 사람이 호텔에서 결혼할 때와 일반 결혼식장에서 할 때 축의금의 수준이 달라질 필요는 없다. 축의금을 결정하는 데는 예식장소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많다.

예식 장소를 정하는 것은 혼주다. 예식장소는 혼주가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다. 호텔로 결정할 경우 자신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등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작용할 수 있고 또 평소의 은혜에 대한 보답의 차원일 수도 있다. 여기에 하객이 장단을 맞출 필요는 없다.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평소 친밀하게 지내는 지인 사이에 축하를 하고 또 받아야 하는 결혼식을 맞아 축의금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라며 "혼주는 꼭 초청하고 싶은 지인 명단을 작성해 초청장을 보내고, 또 참석 대상자는 평소의 관계를 고려해 참석 여부와 축의금 수준을 냉정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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