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인사를 앞둔 실적 결산 시즌에 맞춰 이같은 이벤트를 진행해 거래량을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달부터 거래금액에 비례해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가격 변동성과 호가 스프레드가 작은 단기채 ETF의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별로 구체적인 조건은 다르지만 대체로 일간 거래금액에 따라 수백만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이 유튜브와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에 단기채 ETF 등으로 거래대금을 채우는 '꿀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주로 활용되는 ETF는 'iShares Short Treasury Bond ETF'(SHV), 'SPDR Bloomberg 1-3 Month T-Bill ETF'(BIL) 등이다. 만기가 1년 이하 또는 1~3개월 이하로 짧은 미국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해 손실 위험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거래대금을 채우기 위한 거래는 이벤트 취지에서 벗어나 있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B증권은 지난달 초 미국 현지 브로커로부터 해당 종목들의 이상거래 징후 발견 통보를 받고 온라인 매수를 제한했지만, 다른 대형사들은 여전히 이벤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의 거래량 상위 종목에는 미국 단기채 ETF가 빈번히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단기채 ETF 거래량이 급증하는 이상 현상은 연말마다 나타났으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이어졌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벤트가 주로 9~10월 진행되는 것은, 임원 인사를 앞두고 한 해 실적을 결산하는 시기이고, 거래량과 실적을 '뻥튀기' 하기 위해 거래대금을 채워 현금만 챙기는 '얌체족'을 알고도 모른척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달 초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유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금투협은 "동일인에 대한 (상금 제공) 누적 한도를 설정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제공되는 이익의 경제적 가치의 크기가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을 초과하면 부당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금액에 비례한 재산상 이익을 반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투자자의 빈번하고 과도한 거래를 유발할 소지가 있는 경우 회사와 투자자 간 이해 상충 여지도 있다"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증권사가 투자매매·중개계약 체결과 관련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금전·물품·편익 등의 범위는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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