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20% 빼
31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주가보다 중장기 반등 전략 예고
삼성전자가 반도체 실적 부진 등으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계열사인 삼성생명도 변액보험펀드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20%나 뺀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당장 꺼내들 반등 카드가 있을 지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오는 31일 있을 삼성전자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어떤 대안을 내세울 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변액펀드 내 삼성전자 운용 주식수를 지난 4월초 728만1939주(이하 보통주 기준)에서 지난달 말엔 577만1050주로 6개월 새 151만889주(20.7%) 축소시켰다. 이는 1주당 7만원으로 잡았을 때 운용 규모를 1000억원가량 뺀 셈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7월 들어 급격한 급락을 보였지만, 삼성생명은 이전부터 삼성전자 물량을 빼와 예견된 흐름이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줄곧 7만~8만원 선을 유지하다 9월 들어 6만원 선으로 내려왔고, 이달엔 5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변액펀드는 가입자의 수익률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으로 지배구조와는 무관하다. 삼성생명의 경우 우량 계열사가 많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삼성그룹주 변액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변액보험이 장기보험 상품임을 감안하면 당장의 주가 전망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최근의 삼성전자 위기론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을 기록했지만 핵심인 반도체(DS) 부분은 4조원 대로 추산된다. 증권사들은 4분기 순익도 3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8일 실적발표 이후 목표 주가를 유지하거나 하향 조정했다.
재계에서는 당장의 주가 회복보다 중장기적 반등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4(6세대)로 건너뛰어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제시했지만, 이미 주도권을 놓친 상황인 만큼 가능성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전날 대만 디지타임스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HBM 공급사에 포함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고 보도했으며, 이에 삼성전자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6만원 선 회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HBM3E에 대해 "주요 고객사의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혀 엔비디아 공급 지연 우려가 확산되기도 했지만, 이번 대만 언론 소식이 반등 포인트가 될지도 변수로 꼽힌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에 대한 HBM3E에 대한 양산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차세대 제품인 HBM4에서 경쟁력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11월말쯤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사업군에 대해 사장단을 포함해 대대적인 인사 재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와 분위기를 반전시킬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옛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역할을 하는 그룹 컨트롤타워을 부활시킬 필요성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삼성이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등기임원 복귀와 컨트롤타워 재건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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