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획] 명령 듣던 `챗봇`… 이젠 해결하는 `에이전트`

입력 2024-11-20 15:36

일상서 특정작업 자율수행… 생태계 새 기반 도약
MS·오픈AI·구글 이어 SKT·삼성SDS 등 가세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의 2막이 열렸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고 글이나 그림을 생성해주는 AI 챗봇을 넘어, AI가 대신 기차표를 예매하고 레스토랑을 예약해 주는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네이버, SK텔레콤, 삼성SDS 등 국내 기업들도 경쟁에 가세하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MS도 AI 에이전트 공개…업무 특화됐다= MS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연례행사 '이그나이트 2024'에서 AI 에이전트 생성 프로그램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정식 출시하고, MS 이용자를 대상으로 AI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AI 에이전트란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하는 AI를 의미한다. 특정 작업이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작동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고, 실질적인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MS의 AI 에이전트는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통해 각 업무에 특화돼 생성되며, 사용자가 일일이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하지 않아도 MS365와 다이내믹스365 같은 MS의 업무용 소프트웨어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한다. 자레드 스파타로 MS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AI 비서는 개인들이 직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MS까지 참전하면서 AI 에이전트 시장이 빅테크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내년 주요 기술 키워드 중 첫번째로 AI 에이전트를 꼽았다. AI 에이전트가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비율이 올해 0%에서 2028년까지 최소 1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AI에이전트가 새 먹거리?…어디 어디 참전하나= 주요 키워드로 꼽힌 만큼 성장 가능성도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업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은 지난해 58억2000만달러(8조956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성장률 42.8%를 기록하며 2030년에는 705억3000만달러(98조1072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오픈AI는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오퍼레이터(Operator)'라는 코드명의 AI 에이전트 개발 중이다. 오픈AI 경영진은 회의에서 내년 1월 개발자용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에 새로운 AI 에이전트를 탑재해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현재 AI 에이전트와 관련해 다수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중 웹사이트에서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가장 완성도가 높아 먼저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올리비에 고드먼트 오픈AI 플랫폼 제품 책임자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AI 에이전트 개발을 진행 중이며 성능 고도화를 위해 추론과 도구 사용능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 출시한 리얼타임 API와 챗GPT 서치는 AI 에이전트 개발을 위해 필수"라고 말했다.
오픈AI 경쟁자로 꼽히는 앤스로픽은 지난달 웹사이트 검색과 텍스트 입력 등 복잡한 컴퓨터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AI에이전트 '컴퓨터 유스(computer use)' 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앤스로픽은 향후 몇 개월 내에 이 모델을 개인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구글 역시 이르면 다음달 AI 에이전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구글 내부에서 코드명 '프로젝트 자비스(Project Jarvis)'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다음 달 미리보기로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아스트라'는 구글이 지난 5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2024 I/O'에서 선보인 AI 에이전트 초기 버전이다. 당시에는 휴대전화에 AI 음성 비서 형태로 탑재하고 주변 세계를 인식하고 관련된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

◇국내도 AI 개인비서 시대 열린다= 국내 기업들도 AI 에이전트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 5일 'SK AI 서밋 2024'에서 AI 에이전트 '에스터(Aster)'를 최초 공개하고 내년 글로벌 AI 서비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지난달 '리얼 서밋 2024'에서 브리티 코파일럿의 새로운 기능인 '퍼스널 에이전트'를 최초로 공개했다. 퍼스널 에이전트는 개인별 업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요 일정 및 업무 브리핑, 우선순위에 따른 할 일 추천, 영상회의 시 다국어 실시간 통역, 음성 기반 업무 처리 등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운성재 LG경영연구원 AI 컨설턴트는 "과거 운영체제(OS)가 다양한 프로그램 및 서비스 개발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생태계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AI 에이전트는 생성형 AI의 자연스러운 진화 형태로, AI 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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