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버리고 거리로 나가 탄핵 인용-기각 주장
단식, 삭발, 탄원서 등 헌재 압박 수위 높여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 일정을 여전히 확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12일 각각 빠른 선고를 촉구하며 찬반 여론전에 몰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각하를 촉구하는 2차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탄원서에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헌재 심리과정에서 탄핵소추사유의 핵심인 내란죄가 철회된 것은 중대한 사정변경으로 이미 탄핵소추의 동일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탄핵재판은 동일성이 상실된 소추를 다시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와 재의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령 계엄이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의회독재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해주실 것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날 재선·3선 의원들이 각각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재판소에 즉각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이미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을 내릴 모든 근거가 갖춰졌고 과거 대통령 탄핵 심판 사례와 비교해도 심리 기간이 충분히 확보됐다"며 "결정을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3선 의원들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우리 사회의 분열과 국민의 고통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질 것"이라며 "조속히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윤석열을 파면해야 법치주의가 바로 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야는 각각 지지세 결집을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 및 기각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소수 의원들이 하루씩 나눠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의원이 60명까지 늘어나면서 13일부터는 한 번에 5명씩 참여하며 시위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당 지도부는 이같은 의원들의 움직임에 대해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소신"이라면서 당 차원의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방위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부터 천막 농성장을 설치한 광화문까지 약 8.7㎞를 걸어서 이동하는 도보 행진을 진행한다. 광화문 천막농성장에는 김준혁·박수현·민형배 의원이 11일부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초선 의원인 박홍배·김문수·전진숙 의원은 국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오는 14일에는 광화문 천막 농성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야의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를 향하면서 이를 둘러싼 대립과 혼란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 탄핵 심판은 국가적 불행이지만 헌법 질서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의견이 달라도 탄핵 심판의 본령인 헌법 질서 수호의 가치는 절대 훼손해선 안 된다"며 "모든 국가기관과 공직자들부터 헌법수호 의지를 분명히 다짐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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