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ㆍ가전ㆍ화장품에 애용…지폐 위조방지용 은색선도
고가 천연 펄 대신 운모 원재료 진주안료 활용
인체ㆍ환경에 무해한 특성으로 산업전반서 채택
반짝이는 펄(Pearl)이 자동차, 화장품 등 산업에 적용된지 약 5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펄은 우리 생활 곳곳에 디자인 요소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화장품에 들어간 펄은 반짝이는 효과로 여성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이제는 대다수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고 자동차에는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습니다. 벽지, 가전제품 등 펄을 함유한 제품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보안에 사용되는 펄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폐 위조 방지용으로 사용되는 보안용 펄입니다. 지폐 중앙에 새겨진 은색 선은 펄을 원료로 하는데요, 이 선을 만드는 방법과 펄 함유량 등 관련 내용은 보안상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 담배 필터를 감싼 종이에도 펄이 함유돼 있는데, 이 때의 펄은 종이가 입술에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짝이는 돌의 비밀= 자동차, 화장품, 전자기기, 의류, 장난감 등에서 반짝이는 효과를 내는 진주(Pearl) 안료의 원 재료는 운모(Mica)입니다. 운모의 학명은 `반짝반짝 빛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Micare에서 유래했습니다.
진주안료는 1656년경 프랑스인에 의해 천연 진주가 발견된 후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인조 진주가 공업화돼 제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천연의 펄 에센스가 고가였기 때문에 합성 펄 안료의 개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1960년대 개발된 산화티탄피복운모가 현재까지 펄 안료에서 주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운모는 층상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완전히 쪼개지고 얇게 벗겨지기 쉽습니다. 쪼개진 조각은 탄성이 있어 매우 견고하고 전기나 열의 전도성이 낮으며 고전압에 견디는 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유리광택이 있는 것은 물론이지요.
이처럼 운모를 원재료로 한 인조 진주안료는 우리 생활 곳곳에 적용돼 미려한 디자인을 연출하는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영역은 화장품입니다. 진주안료는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외관용 혹은 기능성 안료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매 시즌 미묘하게 다른 색상을 제시하며 한 시즌간 유행할 색상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도 안료 때문입니다. 또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안료는 독특한 그라데이션 효과도 연출하지요.
이 때문에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다음해 유행할 차세대 색상을 꼽는 자리에는 안료업계 관계자들도 참가한다고 합니다. 유행할 색상을 미리 알고 싶다면 화장품 회사가 아닌 안료 회사의 동향을 먼저 파악하는게 더 빠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자동차용 코팅 산업도 대표적입니다. 1986년 유럽에서 진주안료 코팅을 한 차가 처음 선보인 뒤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1996년 전세계 신규 등록차량의 40%는 진주광택 코팅 처리를 한 제품이 됐습니다.
◇반짝이는 자동차ㆍ화장품에 전세계 열광= 1950년대 전세계적으로 펄을 공급하기 시작한 회사는 듀폰과 머크입니다.
당시 듀폰은 금속산화물 코팅의 운모 박편을 기질로 한 새로운 유형의 진주광택(pearl luster) 안료를 개발하며 펄 사업을 시작합니다. 듀폰이 개발한 다층 기질 안료는 기계ㆍ화학적으로 안정돼 있어 플라스틱, 인쇄 잉크, 코팅 등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됐습니다. 듀폰은 1961년 금속산화물 운모 안료에 대한 기본 특허도 취득합니다.
머크는 기초 탄산연(lead carbonate) 안료를 생산했는데 비용 효율이 높은 생산공정과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기초 탄산연 기질의 세계적인 진주광택 안료 생산기업으로 성장합니다.
펄 산업은 1970년대 고도 성장기를 맞게 됩니다. 당시 머크는 이산화티탄(TiO₂)으로 코팅한 운모 안료를 양산하기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대부분 벽지 인쇄에 사용됐습니다.
또 미국 위태커로부터 산화염화비스무스(BiOCl) 안료 및 진주광택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부와 기초 탄산연 안료를 생산하는 사업부를 부대 생산시설과 함께 인수하고 정부로부터 산화염화비스무스 안료에 대한 승인을 받게 됩니다.
1977년에는 듀폰의 세계 운모 안료사업을 인수해 `어플레어(Afflair)' 브랜드로 판매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멀(Mearl) 안료를 제외하면 세계 유일의 금속산화물 운모 안료 생산업체가 된 것입니다.
1980년대부터는 아시아 시장으로도 진주광택 안료가 공급되기 시작합니다. 초창기 대부분의 미국 시장에 공급된 기상변화에 강한 자동차 코팅용 안료를 공급했으며, 1986년에는 진주광택 코팅을 한 차량이 유럽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반짝이는 자동차가 큰 인기를 끌면서 골드, 브론즈, 구리 등 다양한 색상의 펄 안료가 선보였으며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특성을 살려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효과를 연출하는데 쓰이고 있습니다.
배옥진기자 withok@
도움자료=한국머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