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구글 글래스’가 실패한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1603/2016032302102351607001[1].jpg?var=4747 "[시론] ‘구글 글래스’가 실패한 이유")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국에서 일찌감치 승리했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 구글도 애를 먹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구글 글래스다. 구글은 착용형 스마트 기기로 주목받던 인터넷 연동 안경 구글 글래스의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2013년부터 구글이 야심차게 시작된 시험 프로젝트가 2년도 안 돼 막을 내린 것이다. 비록 구글이 이번 판매 중단을 사업 진화의 첫 단계요 계속적 과정으로 변명하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로선 구글 글래스는 실패한 것이라는 것이 IT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구글 글래스는 스마트폰과 같은 핸즈프리(손을 쓰지 않는) 형태로 정보를 보여주므로 자연 언어음성 명령을 통해 인터넷과 상호 작용할 수 있어 획기적인 상품으로 초반에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착용시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은 혁신적 제품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가격부터 배터리, 디자인, 어색한 터치패드와 음성조작, 심지어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IT 관련 서비스는 물론, 로봇,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의료, 에너지, 심지어 언론분야에까지 진출하며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는 구글이 왜 구글 글래스에서만 맥을 못추리고 있는가. 구글 글래스 CEO 토니 파델의 공격적 행보에 기대가 컸지만 어쩌면 시작부터 실패가 예견되어 있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 컨셉과 시나리오는 분명히 획기적이지만 사용자가 실제 현실 속에서 받아들이고 의미 있는 경험을 통해 만족을 얻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구글 글래스의 실패는 향후 웨어러블 개발에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구글 글래스는 사용자의 심층적 경험(Quality of Experience)을 잡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간 몇 년간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은 IT업계의 핵심적 화두이자 스마트 기술의 키워드였다. 그러나 그간의 관심은 사용자의 단편적, 피상적 경험만을 구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좋아요 클릭 숫자만 세는 것이 사용자 경험이 아니다. 핵심적 사용자 경험은 팬시한 기술이나 신기한 기능이 아닌 사용자의 심층적 경험이다. 스마트 기술이 점점 더 복잡다기해지고,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단초가 모호한 웨어러블 환경에서는 더더욱 이런 심층적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왜냐하면 기술이 제공하는 뛰어난 기능들을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슨 동기를 가지고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어떤 의미 있는 (meaningful) 만족을 얻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글 글래스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명료한 답을 주지 못했고 가장 중요하게는 왜 사용자가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모티프가 모호했다. 그저 신기하기고 쿨(Cool)해 보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몇 번 경험해 보고 싶었을 수는 있다. 음성명령 또는 안경테를 만지는 방법 등으로 안경에 부착된 손톱만한 기기를 통해 인터넷 검색과 사진·동영상 촬영 등은 분명 쿨한 경험이지만, 그런 쿨한 경험을 통해 사용자가 의미 있는 만족을 느끼며 심층적 경험을 형성하며 지속적으로 사용하려는 어포던스(affordance)가 결여됐던 것이다. 처음 출시될 때 새로운 제품으로 얼리어답터들의 쿨 심리를 자극했었을 지라도 안경답지 않은 디자인의 구글글래스를 일상생활에 실제로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구글 글래스의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교훈은 뛰어난 기술적 메뉴나 성능이 기술적 서비스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더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 휴리스틱이 있는데, 인간과 기술 사이의 어떤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 숨은 연결고리가 바로 휴리스틱이다. 우리는 그간 사용자 경험을 유행어처럼 외쳐왔지만 정작 무엇이 사용자 경험이고 또 어떻게 구현하고 기술개발에 반영하는 지에 대한 것은 잘 모르고 있다. 즉 그간의 사용자 경험은 피상적으로 접근되어 왔고 하나의 구호로 받아들여져 온 경향이 강하다.
심층적 경험은 단순하거나 피상적인 사용자의 행위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밀접히 연관되어 상호작용하는 그 무엇이다. 심층적 경험은 사용자의 특정 경험이 특정 맥락에서 어떻게 연관되어 지는지에 집중한다. 구글 글래스는 그 실시간 촬영기능과 성능이 실제 생활에의 프라이버시나 안전, 도둑 촬영 등의 맥락적 요소를 간과한 것이다. 미래의 기술은 이러한 사용자의 휴리스틱에 바탕을 둔 심층적 경험이 중요한 핵심적 요소로 부각할 것이다.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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