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게이트 "카카오, 회사 사겠다며 실사후 기술 통째 가져가"
시큐어데이타, 코오롱과 7년간 소송… 자금난에 결국 폐업
피해기업 만난 인수위원들 "이렇게 억울할 줄은…" 눈시울
![[기획] 카카오·코오롱 기술탈취에 인수위 분노](http://contents.dt.co.kr/images/202205/2022050202100158027001[1].jpg?var=1223 "[기획] 카카오·코오롱 기술탈취에 인수위 분노")
두 인수위원은 거대 IT기업인 카카오에 기술을 빼앗긴 콜게이트 김용진 대표와, 대기업 코오롱에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탈취당한 시큐어데이타 고 모 대표 등의 피해 사연을 들으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이들 인수위원은 "우리가 사무실이나 연구실에서만 공정거래를 생각했지, 현장에서 이렇게 억울하게 당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며 "윤석열 새정부에서 피부에 와닿는 기술탈취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기업인들을 다독였다.
사연은 이렇다. '보이는 ARS(자동응답시스템)' 기술을 힘들게 개발한 콜게이트. 카카오로부터 이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접목하기 위해 회사를 사고 싶다고 제안받았다. 2019년부터 카카오와 매각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특허 내용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갑자기 2020년 5월 카카오는 콜게이트 대신 X2D라는 또다른 업체와 기술제휴를 한다며, 콜게이트엔 협력사 중 하나로 참여하라고 통보했다.
김용진 콜게이트 대표는 "카카오가 우리 회사를 사겠다며 실사한 뒤 모든 정보를 통째로 가져가 또 다른 업체에 기술을 넘겼다"고 하소연했다. 콜게이트는 카카오와 매각협상 및 기술침해 분쟁 등으로 4년간 법적대응을 하느라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야심작으로 추진하던 미국 진출사업까지 접었다.
'미들웨어'라는 독창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시큐어데이타의 고 모씨. 코오롱과 7년간 소송으로 자금줄이 막혀 얼마 전 회사 문을 닫았다. 미들웨어는 기존 데이터 처리용량보다 10배 이상 부하가 걸려도 전산망이 다운되지 않도록 하는 혁신시스템이다.
코오롱 자회사인 코오롱베니트는 2011년 한국거래소(KRX)와 수출용 시장감시시스템 납품계약을 맺었고, 시큐어데이타에 미들웨어 프로그램을 재하도급 발주했다. 고 대표는 한국거래소에 매일 상주해 미들웨어 프로그램을 개발서버에 저장했는데 코오롱베니트가 서버에 저장된 미들웨어를 탈취했다.
이후 코오롱베니트는 납품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2015년 시큐어데이타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한국거래소엔 미들웨어를 자사가 개발했다고 둘러댔다. 코오롱과 한국거래소는 미들웨어를 탑재한 시장감시 응용프로그램을 필리핀, 태국, 아제르바이젠 등의 증권거래소에 수출, 수백억원을 벌었다. 고 대표는 "평생을 받쳐 기술을 개발했는데 수년간의 소송으로 회사 문도 닫고, 건강도 재산도 잃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한 중소기업인은 "대한민국에 정의는 없다"며 "속수무책으로 특허·저작권을 빼앗겨 회사 문을 닫아도 대형 로펌의 편을 드는 사법부의 억지 판결로 우리나라 저작권 보호는 선진국보다 10년 후퇴를 해 중국 수준의 미개국이 돼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중소기업인은 "윤석열 정부에서 기업탈취를 적극 막겠다고 공언했는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처럼 기술탈취만을 전담하는 TF를 만들어 손해보상을 결정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인수위 측에 건의했다. 이 기업인은 "기술탈취 피해를 신고해도 관련업무가 공정거래위원회 벤처중기부 특허청 조달청 등으로 분산돼 있다"며 "현행 상생협력법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를 강화하고,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매기면 검찰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그동안 중소기업인들에게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하는 의견이 개진됐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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