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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뚝심의 미학

김미경 기자   the13ook@
입력 2023-05-22 14:54

김미경 정치정책부 정치팀장


[현장칼럼] 뚝심의 미학
'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년은 도전의 시기였다. '검찰 공화국' 논란에 부실검증이라는 인사참사로 곤욕을 치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주요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를 앉혔고, 대통령실도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등 검찰 출신이 두루 기용됐다. 또 인사검증 부실논란이 따르면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다수의 장관 후보자들이 각종 의혹으로 낙마했다. 해외순방 때마다 불거진 논란은 윤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가 됐다. 지난해 6월 첫 해외 방문인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은 비선 논란을 불러왔고, 뒤이은 지난해 9월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에서는 비속어 논란, 올해 1월 UAE·스위스 순방에서는 "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 등이 연이어 터졌다.


정책 시행착오도 이어졌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정책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고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고용노동부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근로시간 유연제를 내놨다가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과로사 조장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여러 논란이 거듭될 때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쳤다. 입학연령 논란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4%(한국갤럽)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20~30% 수준에 머물렀다.
고비마다 윤 대통령을 지탱한 것은 '남들과는 다른' 소신이 담긴 선택이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닫자 타협 대신 엄정 대응을 택했다. 이는 노동조합 회계투명성 제고, 검찰·경찰의 건설현장 폭력 대대적 수사로 확장됐다.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에서 일본의 참여를 기다리지 않고 '제3자 변제방식'을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국민적 반발이 상당했지만, 일본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일 간 냉각기를 끝낼 수 있다는 판단으로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변화와 미국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한일 관계는 급반전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청돼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을 뿐 아니라 무려 10여개국과의 양자·다자 회담을 진행하며 광폭 외교 행보를 보였다. 한미일 관계는 일본 히로시마를 넘어 미국 워싱턴으로 이어지는 3각 신(新)공조 체계로 접어들고 있다.



외교적 성과가 쌓이면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지율 4주 연속 상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리얼미터가 22일 공개한 5월 3주차 주간집계(미디어트리뷴 의뢰, 15~19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2.2%포인트 상승한 39.0%였다. 긍정평가는 윤 대통령의 4월 미국 국빈 방문이 있던 지난달 말부터 4주 연속 상승해 총 6.4%포인트가 올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 특유의 '뚝심 리더십'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한때 지지율을 억눌렀던 외교·안보 분야 이슈가 역으로 국정수행 긍정평가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본인이 옳다고 믿는 바를 이루고자 굳세게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로 얻은 국정 추진력을 동력 삼아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에도 가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3대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된다"고 했다. 3대 개혁 역시 윤 대통령의 뚝심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뚝심은 모든 성과를 스스로 이뤘다는 착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생각해냈다는 자아도취, 남들이 하지 못한 것을 했다는 우월감,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게 되는 오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는 교만에 빠지기 쉽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윤 대통령의 3대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단, 옳은 방향이라면 대통령이 조금 더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고 자세와 태도를 겸손하게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전문가들의 쓴소리와 비판 여론에 귀기울이기 바란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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