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받고 피해자 찾아가 흉기로 살해
김씨, "범행 후 병원 찾던 중 숨졌다"고 진술
데이트 폭력으로 조사받은 직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남성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서울 금천결찰서에 따르면 김모(33)씨가 피해자인 A(47)씨의 데이트 폭력 신고에 화가 나 살해했다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헤어지자는 A씨를 찾아가 행패를 부리다 신고 당하자, 지난 26일 오전 7시 17분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피해자를 기다렸다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달아났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3시 25분 경기도 파주시 한 공터에서 도주한 김씨를 붙잡았다.
앞서 피해자 A씨는 지난 26일 오전 5시37분 김씨가 TV를 부수고 서너 차례 팔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오전 4시 인근 PC방에 만나 오전 5시 넘어 A씨 집으로 가는 길에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를 임의동행해 오전 6시11분까지 조사했고, 피해자인 A씨도 오전 7시10분 조사를 마쳤다. 김씨는 함께 자주 가던 PC방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A씨의 차량을 발견한 뒤 300∼400m 떨어진 A씨 집에서 흉기를 챙겨 다시 나왔다. 김씨는 A씨 집에 일주일에 한두 차례 들르는 사이였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차량 뒤에 숨어 기다리다가 A씨를 흉기로 수 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 2명이 김씨와 A씨를 목격했으나 범행을 인지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목격자에게 "여자친구가 다쳐 병원에 데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가 '여자친구가 임산부냐'고 묻자 "임신한 게 맞다. 112 신고하지 마라. 차로 가는 게 더 빠르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A씨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려 하던 중 A씨가 숨을 쉬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A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뒤 인근 PC방에서 나흘간 숙식했고, 잠이 부족해 경황이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행 직후 A씨에게 의식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오는 30일 A씨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시각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피해자 보호조치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데다 폭행도 경미해 임의동행한 김씨의 귀가를 막을 수단이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에게도 스마트워치와 임시숙소를 권유했지만 거절당해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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