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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칼럼] 공영방송의 미래와 분극화, AI 시대

   
입력 2023-09-21 19:04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칼럼] 공영방송의 미래와 분극화, AI 시대
공영방송이란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 공영방송이 존재하는 의의는 무엇인가. 한국의 공영방송에 대한 의구심이 고조되고 있다. 위의 근본적인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공영방송을 둘러싼 환경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적 분극화 시대'와 '인터넷, 인공지능(AI) 시대'가 그것이다. 이 환경 속에서 한국의 공영방송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존립 가능한가. 이제 이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먼저 정치적 분극화 시대 문제를 보자. 지난 7월12일 KBS의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전격 시행됐다. 지난 정부에서 보수 우파는 정치적 당파성이 심한 몇몇 공영방송 프로그램들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분리 징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발표 당시사회적 반향은 컸다. 보수 우파는 물론 중도나 일부 진보 쪽 국민 중에서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만큼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불만이나 의구심이 컸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한전 자료를 보면 8월 수신료가 5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억원 감소했다. 수신료가 2500원이니, 96만 가구가 한 달여 만에 수신료 납부를 거부한 셈이다. 아직 준비기간이라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 납부가 힘든 상황인데도 100만 가구 가깝게 납부를 거부한 것을 감안하면, 납부를 거부하는 국민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KBS로서는 심각한 경영 위기 상황이지만, '한국의 공영방송'에게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실 KBS나 MBC, TBS(교통방송)의 몇몇 진행자들의 방송을 보면 공영방송인지 '팬덤 정치학교'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당연히 그 모습에 환호하는 열성 팬덤도 증가했지만, 반대로 아예 보거나 듣지 않은지 오래됐다는 국민도 많아졌다. 이게 공영방송의 모습은 아닐 거다. '노영방송'(노조방송)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무엇이든 과하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두 번째 환경은 인터넷과 SNS가 송두리째 바꿔버린 미디어 생태계다. 과거 '지상파 공영방송'에는 국민의 관심이 대단했다. 저녁 식사 후 TV 뉴스를 시청하기 위해 모두 거실에 모였던 시절이 있었다. 1인1휴대폰으로 콘텐츠를 보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 믿을까.


국민에게 '볼거리'가 너무 많아졌다. 종편과 케이블 방송은 물론,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플랫폼들에 콘텐츠가 넘쳐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도 국민의 관심(attention)을 빼앗아 갔다. 조만간 챗GPT 혁명으로 대표되는 AI 시대가 도래하면 AI로 제작된 콘텐츠들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공영방송의 경영진과 노조에게는 아쉬운 변화일 수 있지만, 어찌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다. '거대한 조직'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사회적으로 볼 때 그럴만한 의미도 감소하고 있다.

현 공영방송 구조의 한계와 이에 대한 의구심은 이제 임계점에 달한 듯하다. 그리고 이번 수신료 분리 징수가 공영방송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덩치 큰 공영방송'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미 지나간 매스미디어 시대의 유물이다. 국민, 특히 청년층 대다수의 관심에서 멀어진 거대한 공영방송이 무슨 의미가 있나. 게다가 그 내용마저 당파적이고 편향적이라면 말이다.

방향은 '필수 분야'는 남기고 나머지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독립시키는 것이다. KBS와 MBC에 좋은 예능, 오락, 가요 프로그램이 많지만, 그들을 굳이 공영방송이 직접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많다. 제작인력과 출연자들에게도 공영방송 구조 안에서 프로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발전에 '질곡'이 될 수 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메이저 콘텐츠들과 겨루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공영방송의 몇몇 당파적 일탈 사례들을 보면, 존재 의의였던 '공정한 방송'은커녕 팬덤정치를 증폭시키고 정치 분극화를 더욱 조장하는 부작용만 초래했다. 방송을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본 것이다. 지금이 반제국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철지난 '운동권의 시대'인가. 인터넷 시대를 넘어 'AI 시대'가 오고 있다.

정치적 분극화 시대와 인터넷, AI 시대에서 공영방송이 직접 담당할 분야가 무엇인지 즉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재난방송, 교육방송, 교양방송 등이 떠오른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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