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과거 '드루킹 사건'의 재발을 우려,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범부처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기로 했다. 여당은 중국·북한발 여론조작 의혹을 내놓으면서, 네이버와 달리 매크로 조작이 재발한 다음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국회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카카오는 4일 설명자료를 내고 "분석 결과 한·중 8강전 클릭 응원 수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클릭 응원'을 운영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열린 남자 축구 8강전 한국과 중국 경기에서 중국 클릭 응원 비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론 조작 의혹이 나왔고 논란이 확산했다. 다음 스포츠 클릭 응원은 2015년 3월 처음 선보인 서비스로 로그인하지 않고도 누구나 경기를 응원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카카오의 발표에 따르면 한·중 8강전에서는 약 3130만건의 클릭 응원이 발생했다. 세부적으로 한국 211만건(6.8%), 중국 2919만건(93.2%)이다.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는 5591개로, 이 중 국내 비중은 일반적인 수준인 95%(5318개)였다. 하지만 확인된 IP가 만들어낸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건으로 좁혀서 보면 해외 IP 비중이 86.9%(1993만건)였고 특히 이 중 2개의 IP가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차지했다. 2개 IP의 클릭 비중은 네덜란드 79.4%(1539만건), 일본 20.6%(449만건)로 나타났다. 해당 IP의 클릭은 경기가 끝난 2일 오전 0시 30분쯤부터 이뤄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클릭 응원이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횟수 제한 없이 클릭할 수 있어 특정팀에 대한 클릭 응원 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2일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앞으로 서비스 전반에서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카카오의 해명과 별개로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드루킹 시즌2'로 번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현안보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 위원장의 보고 후 방통위,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에 '여론 왜곡조작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TF를 시급히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범부처 TF에서 국내외 포털 사업자들의 가짜여론, 가짜뉴스 방지 의무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법안 마련 등 국론 분열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포털의 여론 왜곡 방지 법안 등도 조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긴급 입법 대책 역시 강구한다.
이 위원장은 이날 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런 게 발전하면 바로 국기 문란 사태가 된다"며 "뉴스타파 (김만배 씨 녹취록 왜곡 편집) 보도의 충격이 가지기도 전에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공론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또 보여줘 국민 충격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이른바 입법 미비 상태이기 때문에 범부처 TF에서 논의를 좀 해서 실태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제재 방안도 나오고 제도적 개선도 따를 것"이라면서 "이는 진보와 보수, 여야 문제가 아니다. 이번 건은 응원 댓글 이야기이지만 만약 이런 사태가 매크로 기술을 동반해 선거 때나 긴급 재난 시, 금융 시장에서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태로 일어나면 큰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유상범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다음·카카오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내 최대 규모 메신저·포털을 운영하며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이 중국의 직접개입이 됐든, 조작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든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에 확인된 매크로 조작행위와 IP를 우회하는 VPN 기술은 드루킹처럼 여론을 조작하는데 쓰이는 교묘한 도구들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런 조작행위가 드러났다는 것은 절대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네이버, 카카오 뉴스 댓글을 분석해보면 특정 소수의 아이디 소유자들이 끝도 없이 보수진영을 공격하고 똑같은 댓글을 복사해 수십개 정치 기사에 온종일 댓글 조작을 자행한다"면서 관계기관의 VPN 우회·매크로 조작 분석·엄단을 촉구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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