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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의대정원 확대, 절차적 정당성과 탄력성 필요하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3-10-23 18:56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칼럼] 의대정원 확대, 절차적 정당성과 탄력성 필요하다
의대 정원은 일반적으로 국가적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의 숫자가 너무 적어도 안되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0%에 불과하고 의대 졸업생은 절반 수준에 그치며, 고령화로 의료 수요도 많이 늘어 당분간 의사 수의 증원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의료계와 합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료계 내부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지만, 정부가 결정할 경우에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에 대한 결정권이 정부에 있다는 점보다는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는 점이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국가 정책의 결정은 단지 그 정책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완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책 이슈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고, 특히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 그 정책이 다양한 분야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 및 풍선효과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검토해 정책의 디테일을 완성할 때 비로소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정부의 의사대로 관철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특별히 신경써야 할 점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아무리 내용상으로 올바른 결정이라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지 내용적 정당성만을 믿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당장은 일이 시원스럽게 처리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부작용이 매우 크다. 과거 개발독재의 장점도 있었지만, 그 부작용은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가? 하물며 1960·1970년대가 아닌 2020년대에 그런 방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될 뿐만 아니라 반대세력을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


둘째, 급변하는 21세기의 상황에서 언제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불과 몇 년 전에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수많은 정책들이 실패했고, 기업들이 고초를 겪었다. 어쩌면 이번에는 AI의 급속한 발달이 의료 서비스에 어떤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인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득이하게 현재의 상황을 기준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하되,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두어야 한다.

셋째, 의대 정원 확대의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당장 의대 정원 확대가 대학입시에 미칠 영향이 교육 현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에 몇 명 정도의 정원을 확대할 것인지에 따른 파급효과, 나아가 의대 정원의 확대가 기초학문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및 대책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일단 정원부터 확대하고 보자는 식의 정책 결정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임대차 3법이 실패했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그 필요성이 뚜렷한 정책도 구성원들의 강력한 공감대 위에서 추진될 때 정책효과가 더욱 확실한 법이다. 반면에 좋은 정책도 잘못 추진될 경우에는 실패한 제도를 낳게 된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를 대표하는 좋은 정책이 될 수도 있었던 4대강 개발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소홀히 한 결과 실패하였던 점이나, 문재인 정부에서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던 공수처의 도입이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패했던 중요 원인 중의 하나가 위성정당의 설립 등 풍선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서는 이와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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