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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칼럼] 윤석열 vs 마크롱 연금개혁, 2050년 대한민국 온전할까

강현철 기자   hckang@
입력 2023-11-07 18:50

강현철 신문총괄 에디터


[강현철 칼럼] 윤석열 vs 마크롱 연금개혁, 2050년 대한민국 온전할까
"내가 연금 개혁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느냐? 그렇지 않다. 나는 지지율보다는 국익을 선택했다. 떨어진 인기를 감내하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외쳤다. 마크롱은 국민 절대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 정부 단독 입법을 가능하게 한 '헌법 49조 3항'까지 발동해 연금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셌다. 총파업에 철도가 멈춰서고 파리 시내에는 1만t의 쓰레기가 쌓였으며, 화염병과 물대포가 오가는 시위도 잇달았다.
마크롱이 연금 개혁을 천명한 것은 초선때인 2017년이다.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혁을 추진하면서 2019년말에도 총파업으로 전국이 한 달 가까이 마비됐다. 마크롱은 2022년 재선 도전때 다시 연금 개혁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재선 8개월만에 개혁안을 공개했다. 실패하면 곧 레임덕이라는 경고에도 아랑곳 없이 "미래를 위해서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며 밀어붙였다. 노조 수장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마크롱은 이런 뚝심으로 보험료 인상과 납입기간의 점진적 연장,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을 성공시켰다.

프랑스 얘기를 새삼 꺼낸 것은 얼마전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 때문이다. 보험료율 인상이나 소득대체율 조정 같은 구체적 수치가 없는 '맹탕' 개혁안을 보면서 20~30년 후 대한민국이 온전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조차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 개혁은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결론적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마크롱과 비교해 달라도 많이 달랐다.

지금 연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건 '상식'이다. 국민연금은 물론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이 모두 위태위태 하다. 2050년이면 연금 지급을 위해 부족한 돈이 수백조원에 달한다.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와 정치권은 '내 일이 아니다'며 외면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의 경우 2055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대신 연금을 내준다고 하면 2050년 97조원, 2060년엔 한해 197조원이 필요하다. 기초연금도 재원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2014년 법 제정 당시 1인 가구 기준 월 20만원이었던 기초연금액은 올해 32만3180원으로 뛰었다. 정부가 기초연금 지급에 쓰는 예산은 2014년 6조9000억원에서 올해 22조6000억원으로 불었다. 기초연금에 써야 할 세금은 2030년 40조원, 2065년엔 217조원으로 늘어난다.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릴 경우 2030년 49조원, 2050년 160조원, 2070년 320조원이 든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만 따져도 2050년 한해 257조원의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 올해 본예산(638조7000억원)의 40% 수준이다. 이 모두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할 돈이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 기금이 고갈돼 매년 5조원 안팎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1973년 적자로 돌아선 군인연금에 지원하는 돈은 올해만 1조9000억원이다.

건강보험도 심각하다.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문재인 케어'로 보험급여 지출이 폭증하면서 누적적립금이 지난 2026년 고갈됐고, 2032년까지 누적 적자액은 6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장기요양보험도 8년 뒤에는 누적준비금이 다 소진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나라빚은 국내총생산(GDP)의 40% 아래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흥청망청 써대면서 국가채무 비율은 2022년 49.4%로 치솟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32년 59.4%로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연금 개혁의 공을 국회로 다시 떠넘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금 개혁에 대해선 한마디 벙긋 안한채 연일 정부에 재정 지출 확대를 요구한다. 나라살림 건전화를 위한 재정준칙 제정은 물 건너간지 오래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떨어지고 일할 사람은 줄어 가는데 정치인들은 당장 오늘만 살고 말 것처럼 하고 있으니, 필부라도 나라 걱정이 안될 수가 없다. 신문총괄 에디터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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