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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관료마치고 77세 소설가 변신… "저출산 해법쥔 여성 향한 오마주"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3-11-09 14:21

4년간 몰래 쓴 장편소설 먼저 아내에게 바치니 "당신 감성 섬세한줄 몰랐다" 하더라
재정으로 출산율 향상 1970년대 유럽서 이미 실패한 사례… 이민정책으로 해결해야
기업들 글로벌화 됐는데 청년들 국내서만 아우성 치지말고 해외서 돌파구 찾았으면
단기든 장기든 정책은 적시에 내놔야… 중동전 등 대외경제 동향 예의주시 대응해야


[고견을 듣는다] 관료마치고 77세 소설가 변신… "저출산 해법쥔 여성 향한 오마주"
정재룡 전 통계청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정재룡 前재정경제부 차관보·前통계청장

경계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르네상스 맨'은 지식인들의 로망이다. 통섭적 시각이 해법을 찾는데 시간을 줄여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저활력, 저성장의 기로에 서있다. 이 문제를 '사랑의 회복'에서 찾자는 분이 있다. 외환위기 때 공공 및 금융권 부채처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전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차관보이자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초대 사장 이야기다.

정 차관보는 지난 4일 '오로라와 춤을'이라는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정다경(鄭茶耕)이란 필명으로 낸 처녀작으로 노년에 접어든 남녀가 40여년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며 진정한 반쪽을 찾아간다는 스토리다. 올해 희수(77세)인 정 차관보가 60년대 청년시절부터 현재까지 주위에서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실제 연애 이야기들을 재료 삼아 장편 서정으로 재구성했다. 때문에 잘 짜여진 낭만 소설이자 우리 현대사가 압축된 서사의 단편이기도 하다.

'오로라와 춤을'은 작가가 아마도 가장 많은 나이에 소설가로 데뷔한 작품이라는 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학창시절(경기고, 서울 법대) 문학을 동경했던 꿈을 50여년 지나 이룬 셈이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이뤘다고 했다. 작품은 현재 일본 등지로 번역 출간될 길을 모색 중이다.

"이 소설은 일종의 헌화가(獻花歌·신라향가 일종)입니다. 한 여성을 향한 지고지순의 순애보이자 여성에 대한 찬가라 저 스스로 규정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는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버세대가 주요 계층이 되는 데도 그들의 연애를 일탈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연애의 감정은 평생의 위안입니다. 제 작품은 미완으로 끝난 젊었을 적 연애를 가진 한 실버 커플이 40년 사랑의 과정을 회고하면서 어떻게 오늘의 버전으로 승화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2030 세대에게는 미래의 모습으로서 하나의 이정표 역할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정 차관보는 우리 시대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 활력 저하도 '사랑의 회복'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이 영근 것이 2세이고, 그 2세들이 우리를 이어 국가를 지탱한다. 출산과 육아, 교육, 노동 문제 등도 결국은 남녀가 만나 연애를 완성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정 차관보는 작품에 이런 메시지를 담았다.

정 차관보는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현 기재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장, 통계청장을 거쳐 1998년 재경부 차관보와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을 지냈다. 캠코 사장 재직 시 정부 예산(71조원)보다 많은 111조원의 금융사 부실채권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정리함으로써 국가 신용도를 높였고 경제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부실채권 정리 경험을 토대로 '부실채권 정리' '부실채권 정리 제도의 국제 표준화'라는 책을 냈다. 그의 경험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각국에 전파됐고,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에 직면한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금융위기 극복의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본사 회의실에서 가졌다.



-'미스터 부채처리'라고 불리는 등 경제현안의 해결사로 이름 날리신 정통 경제관료가 본격 장편소설을 내셨는데, 서점가 이목이 쏠릴 거 같습니다.

"보통 대학생 시절을 보면 첫사랑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우리가 대학 다닐 때는 1960년대 후반이니까 나라 전체 모든 분야가 낙후됐고 가난했죠. 한편으로는 독일에 광부로 가고 간호사로 가고 월남전에 파병 가고 굉장히 우리나라가 근·현대화 되는데 아주 어려운 때였어요. 그때 대학가도 한일회담 반대 이런 걸로 어수선했었는데, 그것도 종료되니까 대학가가 안정을 찾았어요. 대학가에 커다란 사회 이슈가 없으니까 이제 학생들은 당연히 강의실에서 공부나 해야 되는데,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니까 결국 연애하고 사랑하고 뭐 그런 거 아닙니까? 대학에서는 늘 로맨티시즘이 있는 거니까요. 현역에서 은퇴하고 그때를 돌아보며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버킷리스트의 실행이었던 셈이군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누구나 공통으로 하는 게 실패한 연애든 성공한 연애든, 하여튼 사랑 얘기를 마무리 짓고 싶어 하잖아요. 표현을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저는 한 번 개발연대 가난할 때부터 지금 선진국 문턱에 들어설 때까지 남녀 간 생긴 일을 써보고 싶었어요. 사랑이라는 건 존재하는데 시대마다 다르잖아요. 우리나라는 6·25를 겪고 나서 50년 말엽에 정비석 작가의 '자유부인'이 출간돼 센세이션널했어요. 사회상의 변화를 앞서 그렸지요. 50년대 후반에 가정에서 나와서, 특히 일부 여성이지만 직장을 갖는 여성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가 조선조 오백 년 동안 여자를 꽁꽁 묶어 놨었잖아요. 여자들은 바깥 세상에 나온다는 건 엄두도 못 냈는데, 6·25 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물결이 들어오니 우리나라 여성들도 가정에서 나와서 잡을 갖게 되고, 그러다 보니자연스럽게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정비석 씨의 '자유부인'이 나왔던 거고요. 그다음에 우리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1962년부터 시작해서 한참 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중진국에 오른 70년대 중반 후반 이때는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이라는 연애 소설이 나와 대단했었잖아요."

-시대상을 잘 대변했고 당시의 아이콘이었습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 근대화와 현대화되면서 여성들이 정식으로 회사에 입사하고 공직에 들어오게 된 게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을 하면서 중진국 문턱에 들었을 때였거든요. 우리나라 여성들이 제대로 된 '오피스 걸'이 그때 처음 등장했고 또 서비스업종에서도 상당히 여성이 역할을 많이 할 때인데 그때 남녀 간에 사랑 얘기를 한 게 '별들의 고향'이라고 저는 봅니다."



-지금은 선진국에 들어섰는데요.

"그리고 지금 선진국 문턱에 들어와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조선조 남존여비니 그런 건 생각할 수도 없잖습니까? 거의 대등하게 됐는데, 실제로는 아직도 경제활동에서는 여성들한테 보이지 않는 유리창이 있거든요. 남녀 차별이 아직 존재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연애와 사랑하는 데서도 남성 중심이죠. 남녀가 대등하게 경제활동도 하고, 모든 걸 사회적 지위나 이런 게 다 대등하게 되면 사랑을 하는 것도 대등해져야지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문제인식을 갖고 사랑 문제를 한 번 다뤄보려고 했어요."

-경제관료로서 경제발전과 사회상 간 역학관계, 변화상을 잘 살필 수 있어서 시대상을 담은 연애소설이 자연스럽게 착상된 것 같은데요.

"제가 1978년에 덴마크 코펜하겐 대사관에 경제협력관으로 부임해 3년 동안 외교관 생활을 한 일이 있어요. 그때 덴마크는 세계에서 5위 안에 드는 아주 부자 나라였거든요. 거긴 이미 남녀가 완전히 대등하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일체 지원을 안 받아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하든 대학을 가든 간에 같이 동거 생활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동거 생활을 하면서 이성에 대해 알고 경제활동을 익힙니다. 그러다가 대개 20대 후반에 결혼을 합니다. '이 사람하고는 평생 같이 살아도, 가족을 이뤄서 애를 낳고 살아도 괜찮다' 하면 그때 가서 결혼하거든요. 그러니까 실패율이 거의 없죠."

-남녀간 사랑 방식이 굉장히 '쿨'하네요.

"우리나라는 연애하다가 헤어져도 원수가 되잖아요. 부부가 애들 낳고 잘 살다가도 헤어지면 완전히 원수가 돼요. 우리가 선진국에 들어섰잖아요. '사랑'이라는 건 모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데, 그것도 의식이 좀 선진화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중국은 모택동이 대혁명을 일으킬 때 하늘을 떠받드는 것은 남자와 여자 두 기둥이라고 하면서 여성들을 해방시켰어요. 모택동이 아직도 중국 국민들한테 추앙을 받는 이유입니다. 중국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굉장히 중요한 자리에 여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죠. 근데 우리는 아직도 언론계는 모르겠는데, 공직사회는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되는데 일반 사회는 전반적으로 장벽이 많거든요. 유리천장도 많고요."

-그래서 그런지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 너무 일방적인 구애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런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번은 유럽에서, 또 한 번은 과장일 때 미국에 유학을 가서 2년간 공부를 했어요. 유럽과 미국의 젊은 세대 차이를 우리는 잘못 알고 있어요. 유럽은 남녀가 대등한데, 미국은 기본적으로 사회 전체가 청교도 윤리가 지배합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집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건 똑같은데 미국은 가장이라는 개념이 명확해요. 가족은 남성 중심으로 되거든요. 다만, 부인과 이혼을 한다든지 하면 남자는 흔히 쪽박을 찹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보수적이죠. 우리나라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결혼을 하거나 연애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좀 성숙된 연애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남녀 간 사랑에서 비롯되는 가족 형성과 유지 방식이 좀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선진국이 됐으면 좀 성숙한 사랑방정식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대학 시절 60년대 주위에 있던 에피소드나 이런저런 이야기와 문제의식을 담았습니다."


-데뷔작인데 계속 작품을 내실 건가요.

"나이도 있고 버킷리스트 하나 해결했으니까, 생각해봐야지요. 그런데 서점에 가보면 장편소설은 일본계 번역 작품이 반 이상이에요. 하루끼 작품이 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장편소설이 별로 많지가 않아요. 일본 가서 보면 뭐 사올 게 없더라고요. 경제적 수준이 비슷하니 소비생활도 비슷해졌기 때문인 거 같아요. 한국하고 일본은 이웃사촌인데, 그러면 우리가 일본의 유명한 대중소설 작가들 것만 번역할 게 아니라 우리 작품도 일본에 더 많이 소개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K팝 같은 경우는 일본에 전해져 일본 버전이 나오고 있어도 현대 문학작품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일단 일어로 번역해서 일본에서 한 번 출판 해보려고요"

-작품의 메시지가 사회적이고 건설적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여권은, 일부이긴 하지만 남성 이상으로 세진 분야도 있거든요. 출산율 저하도 여권이 너무 강해져서 그렇다는 불만 아닌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여성들이 사회적 지위를 남성과 대등하게 공유하면 출산력은 당연히 떨어집니다. 그러면 왜 사회가 전체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갈수록 여자들이 남자들하고 대등하게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가도 따져봐야 합니다. 먼저 육아의 부담입니다. 제가 70년대 후반에 유럽에 갔을 때도 서구에서 우리와 같은 문제가 생겼어요. 출산율이 전부 다 1.0 이하로 떨어지니까 나라가 유지가 안 되잖아요. 정부가 재정을 출산력 제고에 쏟아 부었는데 다 실패했어요. 정부에서 재정으로 출산력을 높인다는 건 이미 선진국에서 실패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 유럽은 출산율이 다시 1% 중후반은 되거든요.

"아무리 노력해도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으니까 유럽 각국은 자기네 식민지 국가였던 북아프리카나 남미 쪽에서 이민으로 다 받아들였어요. 우리가 월드컵 보면 스타들이 전부 다 남미 아니면 아프리카 출신이잖아요. 한 나라가 유지되려면 일정 규모의 인구가 있어야 되는데, 그걸 반드시 순혈주의에서 한 민족으로만 하면 안 되거든요. 섞어서 살아야 됩니다. 그런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출산력 제고에 당연히 신경 써야 되겠지만, 우선 여성들을 가사와 육아에서 극단적으로 해방을 시켜줘야 합니다."

-지금 그 방향으로 가고는 있지만 속도나 과감성에서는 미흡한 것 같은데요.

"정부나 기업이 담당해줘야 돼요. 그건 세제 지원이나 돈으로 되는 거니까. 왜 제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자꾸 강조하냐면,우리나라 여성이 세계에서 유대인 여성보다 더 우수하다는 거 아닙니까? 가장 우수한데 사장시키고 있었던 거거든요. 지금 저성장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은데, 우수한 여성 인력을 경제활동 인구로 받아들여서 활성화시키면 사회 전체 생산성이 2배로 뛸 수도 있어요. 대신 여성의 출산력 저하는 이민 정책으로 해결을 해야 합니다."

-출산은 육아와 교육 문제와도 연계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업주부 여성들은 지금 사실 할 일이 없잖아요. 아파트 생활하는데 뭐 옛날처럼 할 일이 있겠어요? 그러니까 자꾸 우수한 여성들이 교육에 관심 갖다 보니 공교육의 파행을 일으키는 겁니다.(웃음) 자꾸 선생님들하고 충돌하잖아요. 그래서 우수한 여성들을 경제활동 인구로 대거 흡수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육아 문제와 가사노동 문제는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쓰면 동남아나 중앙아시아 인력을 활용 할 수 있습니다. 또 봐야 할 게 이민자들은 우리보다는 애를 더 많이 낳으니까 인구도 증가합니다. 저출산 문제는 이민정책으로 해결을 해야지 출산율 저하한다고 해서 거기다 돈을 투입하는 건 가망이 없어요."

-작품 속 여성 주인공 민정은 전업 화가로서 세계를 돌며 자기성취를 하는 인물인데, 우리 사회 여성들도 그렇게 도전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우리나라에 그동안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에 여성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게 남자의 성역입니까? 여자들이 더 살림을 잘할 수 있어요. 여성경제학자도 많아요. 미국도 다 하는데 한국이 못할 이유가 없어요."

-작품 속 인물들의 무대는 정말 세계적이더라고요. 우리 젊은이들이 지금 취업 걱정이 많습니다. 청년층 실질 실업률은 20%가 넘어요.

"우리 청년들은 좁은 국내에서 아우성 치면 안 돼요. '한상'(韓商)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세계 한상대회도 하지 않습니까. 옛날에 우리가 못 살 때 남미로 이민 보냈거든요. 이민 보낼 때 정부에서 보조해줬어요. 당시 이민정책은 바깥으로 나가는 걸 장려하는 것이었어요. 워낙 우리 사회가 먹고 살기 힘들었거든요. 그때는 남미가 선진국이었어요. 지금 우리 젊은이들도 국내에만 있을 게 아닙니다. IMF 외환위기 겪으면서 우리나라 30대 그룹이 그 당시에 20개가 부도났거든요. 외부 충격에 의해 기업들이 개혁을 강력하게 했고,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거의 글로벌화 돼서 우리나라 경제를 사실상 끌고 나가고 있잖아요. 기업들이 글로벌화됐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갖게 돼서 이만큼 된 거에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청년들도 국내에서만 지지고 볶고 할 게 아니라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한편에선 이민을 받아들이고, 다른 한편에선 청년들이 해외로 나가 경쟁력을 키우라는 말씀이군요.

"한상이 전 세계에 퍼져 있으니까 정부에서 한상들하고 무슨 협약을 맺든지 해서 옛날에 남미 이민 갈 때 정부에서 보조금 주었듯이, 그때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크고 여력이 있으니까 거기 가서 인턴십 개념으로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젊은이들한테 이런 비전을 보여줘야지,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지지고 볶고 경쟁하게 하면 우수한 인력이 뭐가 됩니까? 우수할수록 사회에서 주류에 못 들어가면 문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정부에서 여성 문제나 청소년 장래 문제는 생각을 조그만 달리하면 해결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어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차관보님 지적처럼 실버세대가 사회의 배려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실버세대의 사랑에 좀 더 '오픈 마인드' 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책은 실버 세대보다 젊은 사람들이 봐야 돼요. 젊은 사람들이 덩치만 서구 애들처럼 커지고 했지, 의식 구조는 아직 일제시대 때 비슷하거든요. 연애라는 감정은 나이와 상관 없습니다. 노년 세대의 사랑은 외로움 극복과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적극 권장돼야 합니다."

-작품을 수년에 걸쳐 쓰셨는데, 주변의 반응이 어땠나요.

"아내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말을 안 했어요. 얘기를 하면 당연히 하지 말라고 그러죠. '나이 들어서 쓸데없는 짓 한다. 조용하게 있지' 이러지 않겠어요?(웃음) 난 딸만 둘이거든. 딸들도 당연히 반대했을 거예요. 조용하게 여행 다니고 엄마하고 오순도순 살지, 뭘 소설을 쓰냐 하지 않겠어요. 4년 동안 열심히 비밀리에 써서 책이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마누라한테 바쳤어요. 그랬더니 그다음 날 아침에 차를 마시면서 그러더라고요. '아니 당신의 감성이 그렇게 섬세한 줄 몰랐다'고요. 제 아내는 제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입니다."

-성공적인 경제관료였는데, 윤석열 정부의 연금·교육·노동 개혁에 대해 조언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하는데 온 나라가 뒤집어졌지 않습니까? 몇 년 있으면 우리나라도 당연히 그렇게 될 거로 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굉장히 정치적이잖아요. 그런데다가 정치인들 수준은 저 후진국 제일 못한 나라보다도 못하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좀 넘은 지금 해야 됩니다. 몇 년 후에는 진짜 못 해요. 연금뿐이 아니고 의료보험도 우리가 이민을 받아들이면 당연히 그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장도 해줘야 될 거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합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60에 은퇴하면 40년을 뭐하며 삽니까. 그러니까 근로생산성을 높이면서 정년제도를 연장을 하면, 같은 경제 수준을 유지하면서 부담을 덜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선 정년제도부터 100세 시대에 맞게 빨리 바꿔야 합니다."

-현금 복지를 시스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연금과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을 정치적 논리로 퍼주기 식으로 하면 안 됩니다. 캐쉬로 지원하면 안 됩니다. 모든 걸 몇 바퀴 돌려서 혜택을 받도록 우회적으로 해야 합니다. 현금으로 지급하면 일종의 매표 행위가 됩니다. 우리 정부가 지금 우파 정부지만 그런 의혹을 많이 받고 있어요. 어느 정부나 정치인은 다 그래요. 그래서 이 정부 저 정부 따질 거 없이 덜 하냐 더 하냐는 건데, 기본적으로는 사회복지를 계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면,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이 부담하는 건 당연하고, 그래서 더 오래 일하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으류 전환하는 것이 급합니다."

-90년대 초 성장률이 7% 이상일 때 물가정책국장을 역임하셨는데, 지금 고물가로 서민들 고통이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외생 영향이 커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에 한계가 있어요. 실제로 또 정부 정책이라는 게 특별한 것도 없고요.

"추경호 부총리가 제가 물가총괄과장 할 때 우리과 사무관이었거든요. 그때 잘 배웠을 거예요.(웃음) 일반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건 소비자 물가 아닙니까? 도매물가 이런 게 아니고 요. 물가를 통계청에서 발표를 하는데 예를 들면 김장철 되면 당연히 그 해의 기후에 따라서 배춧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도 있고 폭락해서 쓰레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그건 계절적인 요인이니까 그냥 넘어가면 되는 건데, 문제는 우리나라가 자원이 없기 때문에 석유나 이런 게 지금 중동전 터지고 우크라이나하고 러시아전쟁으로 불안해지고 있잖아요. 결국 대외경제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면서 그때그때 대응책을 준비해 나가야 하고, 그런 여력을 키워야 해요. 그런 능력은 우리 정부가 갖고 있거든요. 외환위기도 극복해냈는데요. 아마 긴급대응팀이 정부 내에 구성돼 있을 텐데 해외 요인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면서 대응을 정말 잘 해야 해요."

-적시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단기 대책이든 장기 대책이든, 중장기 대책을 적시에 내놔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게 임대료입니다. 결국은 부동산이란 말이에요. 현재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이 100% 넘는데, 서울과 수도권만 문제 거든요. 그런데 도시정책을 수립할 때나 부동산정책 입안할 때 밤낮 서울 강남만 따져갖고 하면 어떡합니까? 비싸면 전철 타고 외곽에 나가서 살아야 되거든요. 그리고 요즘 '메가서울'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저는 그에 대해 코멘트는 않겠지만, 지방을 살려야 합니다. 그러러면 옛날에 있던 명문고등학교를 되살려야 해요. 교육 때문에 서울로 몰려오는데, 그렇게 되면 지방에서 교육이 안정되고 기업도 정착하고 인구도 유출이 적습니다. 또 기업마다 지역 연고가 있잖아요. 기업들한테 인센티브를 듬뿍 주어 교육과 직장 문제를 사는 데서 다 해결하게끔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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