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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의 금융레이다] 커피 한 잔 1만원 시대

김경렬 기자   iam10@
입력 2023-11-20 17:24
[김경렬의 금융레이다] 커피 한 잔 1만원 시대
<연합뉴스>

"거리거리마다 있는 커피 전문점, 길을 가는 사람보다 많어. 왠지 이름은 어렵고, 괜히 가격은 비싸고…."


2013년 R&B그룹 '소울스타'가 부른 '300원짜리 커피'라는 곡의 도입부 가사다. 무일푼이었던 노래의 주인공은 결국 300원짜리 커피를 파는 낡은 자판기 앞에서 데이트를 하게 된다. 10년 전에도 커피 전문점은 많았지만, 비싼 커피 값에 언감생심이었다는 얘기다.
최근 커피 값이 1만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얼마 전 찾은 경기도의 한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7000원이었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 7000원은 너무 비싼 것 아냐."

이런 불평도 잠시. 어느 새 커피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친 나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고물가에 부담을 느끼면서 부지불식간에 이에 순응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은행에 눈을 흘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치솟는 물가 탓이다. 한은은 '예상 경로를 이탈한 물가'라는 고급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갈수록 가벼워지는 장바구니에 서민들의 입에서는 거친 말도 튀어나온다.

한은의 제1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이는 한국은행법 제1조 1항에도 명시돼 있다. 같은 법 제4조에서는 통화신용정책은 '물가안정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돼 있다.



한국은 미국의 긴축 경제를 섣불리 따라잡지 않고 있다. 한미 금리는 역전된 지 1년이 넘었다. 한미 금리 격차는 2%포인트(p)다. 시장에서 "역대 최대로 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원화 가치는 내리고 실물 경제는 타격 입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미 소비자물가는 올해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2%)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 7월 2.3%로 둔화한 뒤 8월(3.4%), 9월(3.7%), 10월(3.8%) 등 3개월 연속 3%대로 오르고 있다.

고려한 변수는 경기부진과 차주 상환능력 저하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 등이다.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야한다는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한은의 정책 결정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은이 물가잡기에만 집중해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 이자를 갚지 못한 부실차주와 한계기업은 파산한다. 연쇄적인 결과이지만 정책 방향이 '한계차주 퇴출'이라는 강압적인 방식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물가 정책이 노선을 정하지 못해 갈림길에 서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에 언급된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네크라소프의 시구가 있다. 신중해야겠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정책당국이 손을 놓고 있거나 너무 많은 변수를 고려한다는 말들이 들려와선 곤란하다.

타석에 선 타자의 타율은 방망이를 잡을 때 이미 결정된다. 전략은 오로지 '승리'. 타자가 아웃되더라도 득점이 필요할 때 번트를 대는 경우를 왕왕 봤다. 반대로 방망이를 반드시 길게 잡아야하는 결단의 순간이 있다. 최근 LG는 방망이를 길게 잡아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다. 9회 초 주자가 2사 1·2루로 나가있던 상황에서 결승 스리런포가 터졌다.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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