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의 비례대표 선출 방식두고 더불어민주당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연말 이후까지 당지도부의 변화가 없을 경우 이를 둘러싼 비명계의 원심력도 커질 전망이다.
10일 민주당 지도부는 20대 총선에서 적용됐던 병립형으로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굳어져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말하고,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5일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라고 말한 뒤 바뀐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도했고 사표방지 논리가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 명분에 맞는다. 이 대표 역시 대선 당시 공약을'위성정당 출현 방지를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공약을 했었다.
하지만 자칫 국민의힘만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총선에서 크게 패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명분보다는 원내 1당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현실론이 작용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을 경우 신당 등 비주류의 운신의 폭만 넓혀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실리적인 문제도 있다.
하지만 비이재명(비명)계는 거대 양당 체제를 타파하겠다는 명분아래 민주당이 주도한 내용이라는 부분을 지적한다. 민주당이 스스로 자신들이 내세웠던 쇄신책을 접고 과거로 회귀한다면 유권자들에게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당으로 비칠 것이라는 비판이다.
비주류 의원들이 모인 '원칙과 상식'에 속한 이원욱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지도부를 비판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선거제 관련 발언과 함께 "'선거제'도 말 바꾸는 민주당, 정치인의 '말'은 '법'보다 무서운 것입니다"라는 자막을 삽입하기도 했다.
나아가 선거제도 자체를 둘러싼 갈등보다는 공천 문제로 싸우는 과정에서 비주류가 당을 등질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간 '이재명 지도 체제'에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거칠게 공격받으면서도 탈당하지 못한 것은 가치 때문인데, 선거제가 비주류에서 명분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비주류 입장에서는 병립형 회귀에 대해 비명계뿐 아니라 김두관·이학영 의원 등 친이재명(친명)계 일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있다는 점에서 '반이재명' 전선 확대라는 실리적인 측면도 노려볼 수 있다.
결국 시급한 현안인 예산안을 처리한 뒤 '총선모드'로 본격 접어드는 연말 연초 민주당 지도부의 행보가 새로운 계파갈등이 다시 떠오를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비명계도 연말연초를 주목하고 있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변하지 않을 경우 향후 행보에 대해 "저는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에 가장 방점을 두고 있다"며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조금은 변화를 늦춰보려고 한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지난 3일 조응천(왼쪽부터), 이원욱,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안병진 교수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