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형 악용에 임대공급만 허용
지방, 수도권보다 공급부족 심각
경영난에 서비스 중단 등 논란
10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실버타운'으로도 불리는 노인복지주택은 주택법이 아닌 노인복지법에 의거 분양과 매매 및 임대에 제한을 받는 '준(準)주택'에 속한다. 용도지역에 따른 입지제한이 적어 일반 공동주택보다 부지확보가 쉽고 주민공동시설이나 주차장 시설 기준 완화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 느슨한 건설 기준을 적용받은 덕분에 한때 분양형 실버주택의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60세 미만의 입소 부적격자에게 분양을 하거나 불법 양도·입소 등의 악용 사례가 발생해 2015년 1월 노인복지법이 개정됐다. 이에 같은해 7월 말부터는 분양형 실버주택 공급이 막히면서 임대 공급만 가능해지면서 유료양로시설과의 차이가 없어진 상태다.
문제는 국내 전체 노인복지시설 수는 꾸준하게 늘고 있지만 노인복지주택은 제자리걸음 중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권역별 격차다. 수도권의 경우 입소정원 1명당 600명의 고령인구가 경쟁하는데 반해, 지방은 무려 2512 대 1이라 경쟁률이 4배 이상 높다.
오는 2025년까지 입주가 예정된 실버주택은 수도권 집중도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현재 입주자모집 중인 더시그넘하우스청라와 KB골든라이프케어평창카운티를 포함해 4개의 실버타운 입주가 예정됐다. 지방에서는 부산 기장군에서 2025년 2월 개원예정인 라티브(라우어)가 유일한 실버타운으로 알려져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분양광고와 달리 입주민 대상의 식단이 가격대비 부실하다는 민원이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부터 운영사 측의 경제난 여파로 사우나와 식당 등의 시설이 폐쇄되는 사태가 발생해 벌금부과까지 받는 등의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명지엘펜하임'(336세대) 실버타운은 고령자를 위한 셔틀버스·룸 서비스 등이 제공됐으나, 시행 측인 명지학원의 파산 등의 여파로 해당 서비스가 중단됐고 단지 내 복지관에서 사우나, 식당, 의원 등 복지시설도 폐쇄됐다.
건축법상 노인이나 어린이의 복지를 위한 시설인 '노유자 시설'인데, 노인주거 복지시설에 필요한 시설들을 폐쇄하고 일반적인 임대아파트로 운영방식이 바뀌자 관련 민원을 접수한 용인시는 엘펜하임에 위반건축물 이행강제금 부과 예고 통지를 내리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실버타운 '카이저팰리스 클래식'의 경우 운영업체 선정 갈등으로 식당과 의무실 등 기본 시설마저 문을 닫아 주택 용도를 일반 아파트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적지 않은 상태다.
높은 관리비(생활비)도 부담이다. 현재 최고가 실버타운으로 꼽히는 곳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더클래식500'의 경우 보증금 9억원에 매월 관리비 등으로 500만원(식사 40회 기준) 이상을 내야한다. 서울 강서구에서 오는 2025년 10월 입주 예정인 'VL르웨스트'는 보증금 7억~22억원대에 생활비는 215만~570만원 선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런 문제들에도 실버타운 공급은 꾸준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심 등 주거선호 지역을 두고 베이비부머와 MZ세대가 경쟁하는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주상복합 등 대체상품 수요 또한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형석 미국 인터내셔널 아메리칸대학(IAU) 교수는 "은퇴계층인 베이비부머는 병원 등 생활인프라가 갖춰진 도심을 선호하기 때문에 최근 아파트 매입의 주력계층으로 부각된 MZ세대들과 제한된 도심의 아파트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도 벌어질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삼척시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골드시티 시범사업' 같은 상생형 순환주택모델이 수도권 주택문제와 지역소멸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바람직한 주거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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