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3년 연속 글로벌 수주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지만, 조선소별 수주 잔량(점유율)에서는 1위부터 4위 자리를 지키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수주량에서는 밀렸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고부가 수주의 비중을 늘리면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1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 1~4위는 모두 한국 조선소가 차지했다.
1위는 삼성중공업으로, 145척·1056만9000CGT(표준선환산톤수)을 기록해 전체 글로벌 발주량의 8.5%를 차지했다. HD현대중공업이 8.1%(157척·1009만7000CGT)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3위와 4위는 한화오션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차지했다. 각각 6.5%(814만4000CGT), 5.1%(634만7000CGT)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5위부터 9위까지는 모두 중국 조선소가 차지했다. 후동중화조선이 중국 조선소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유율인 3.6%를 기록했고, 장난조선이 2.9%로 6위를 기록했다. 이어 뉴 타임스 조선(2.6%), 상하이 와이가오차오(2.3%), 양쯔신푸(2.2%) 등이 톱10 안에 들었다.
마지막 10위에는 HD현대그룹의 현대미포조선이 이름을 올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위권과 5위권의 수주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22년(11월 기준) 현대삼호중공업이 5768만CGT로 4위, 후동중화조선이 5272만CGT로 5위였는데, 올해는 그 격차가 2000만CGT 가까이 늘어났다. 이달 초 집계되는 12월 수주상황을 반영하더라도 1~4위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한국 조선은 2022년 대비 18.7% 수주가 줄어들면서 중국에 글로벌 수주 1위를 3년 연속 내줬다. 지난해 전체 발주량 중 한국 조선사가 수주한 물량은 24%로, 59%를 수주한 중국에 크게 밀렸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연초 제시했던 수주목표도 채우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은 95억달러를 목표로 제시해 72%인 68억달러를 수주했고, 한화오션은 69억8000만달러 중 40억달러만 수주하면서 57.3%에 머물렀다.
대신 고부가가치선으로 꼽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에서는 한국 조선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었다. 전체 554만CGT 중 한국의 수주점유율은 80%였던 반면 중국은 20%에 그쳤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신조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노후 LNG선 개조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이 글로벌 수주 점유율 상위 1~4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0년 인도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 HD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