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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칼럼] 출생 급감시대, `인력정책 대긴축` 나서야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4-01-03 14:01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칼럼] 출생 급감시대, `인력정책 대긴축` 나서야
출생아 수 급감이 가속화 하면서 불가피한 불편을 감수하는 '인력정책 대긴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신중하게 가용인력 수를 안배하고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통해 인력 한 명 한 명의 생산성을 높이며 소중히 아끼는 긴축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21만 명. 통계청이 지난달 '장래인구추계'에서 예상한 2024년 한국의 출생아 수다. 1970년 101만명에서 2002∼2016년 40만명대로 줄었고, 2017∼2019년 30만명대로, 2020년 이후 20만명대로 진입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60년에는 15만6000명이 된다. 그나마 출산율이 1.08로 상승한다는 시나리오에서이다. 비관적인 시나리오(2060년 출산율 0.82 지금보다 높은 수치다)에서는 9만8000명으로 급감한다. 한 해에 태어나는 국민이 101만명에서 9만8000명으로 감소한 나라의 경제와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이미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반도체, AI 인력, 건설 엔지니어, 회계사, 경찰, 판사, 간호사, 대학병원 필수과 레지던트, 조선업 근로자 등 분야 막론이다. 국방도 문제다. CNN이 보도했듯이 50만명의 병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연 20만명이 입대해야 하는데 2023년 출생아 수는 남녀 포함 23만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근미래의 모습을 내다보지 못하고 과거의 '10만 프로그래머 양병설' 수준의 안일한 인력대책을 불쑥불쑥 꺼내곤 한다. 이제는 그럴 인구가 없다. 몇몇 분야에 흥청망청 인력을 대량 공급하면 다른 중요한 분야들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떠오르는 사례가 간호인력이다. 현장에서 간호인력 부족을 호소하자 정부는 간호대 정원을 계속 늘려왔다. 2008년 1만1686명에서 2024년 2만3487명으로 증가했다. 정원외 선발까지 감안하면 3만명에 달한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도 인력부족은 여전하다. 간호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처우 때문이다. 간호사를 대폭 늘리면 그중 일부는 병의원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낙수효과론'인데, 앞으로 불가능한 정책이다. 출생아 20만 명 시대(현재)에 3만 명을, 9만 명 시대(미래)에 3만 명을 간호인력으로 배분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도대체 누가 일을 하나. 이는 지금 최상위권 학생이 간다는 의대의 정원 대폭증원 주장에서도 '낙수의사론'으로 적용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게 하면 한국의 미래를 위해 그리 중요하다는 AI나 반도체 분야에서는 일할 최고급 인력이 남아있기나 할까.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각 분야에서 인력 대긴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AI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일부 외국인력을 수용하면서, 불가피한 불편은 감내하는 '수요감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재판 지연 빈발로 인한 판사 부족 문제도 냅다 로스쿨 정원 대폭확대와 판사임용 대폭증원에 나서는 것은 하수(下手)다. 우선 법률용 챗GPT 등을 활용해 판사의 생산성을 2,3배 증가시키는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남발되고 있는 고소고발 건수를 줄이는 방법을 추진해야 한다.

의사와 간호사도 마찬가지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국민의 평균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챗GPT를 보면 AI 인력 증원이 시급해 보이고, 엔비디아를 보면 반도체 인력이, 구글을 보면 프로그래밍 인력이, 병원에서 기다리다 보면 의사와 간호사 인력이 시급해 보인다. 인력이 무한정하다면야 만 명, 10만 명씩 증원하겠지만, 한국의 출생아 수는 유한하며, 나아가 '희소한' 단계로 가고 있다.

이제 '출생아 수 100만 시대의 추억'은 깨끗이 잊어야 한다. 그리고 출생아 수 20만 시대(현재)에 맞게, 아니 10만 시대(미래)를 대비해 신중하고 적절하게 분야별로 인력을 안배하는 '인력 대긴축'에 나서야 한다. 각 분야에서 가격이나 접근제한 방법을 통해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그 과정의 불편함을 견디면서 AI와 로봇, 자동화 등 테크놀로지로 인력 개개인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라는 시스템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신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이게 출생아 수 급감시대에 돌입한 한국이 가야 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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