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DMB폰을 개발한 LG전자 전 연구원이 회사를 상대로 발명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는 지난해 11월 24일 LG전자 전 단말연구소 선임연구원 조 모씨가 LG전자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보상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LG전자는 지난달 항소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특허법에 따라 연구자가 발명한 기술이 회사 명의로 특허권이 등록되면 회사가 발생한 이익 일부를 연구자에게 나누는 것을 뜻한다.
조씨는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LG전자 MC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세계 최초로 지상파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폰을 개발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실시간 방송 등 각종 영상을 보는 일이 익숙하지만, 당시 3차원 음향의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이 휴대전화로 방송돼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MP3 플레이어가 인기인 시대에 비디오와 오디오가 합쳐진 차세대 멀티미디어 기기로 떠오른 것. 전통적으로 TV에서 강했던 LG전자는 방송과 통신을 융합하는 서비스로, 차세대 멀티미디어 단말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후 한국특허전략개발원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조씨는 지난 2019년 LG전자를 상대로 정당한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의 소를 걸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1심 선고에서 '원고 일부 승' 판결을 받은 것. 특허청 심사관 근무 경력이 있었지만 1심까지 4년9개월이나 걸렸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등을 포함해 절차가 복잡하고 내용이 난해하다 보니 전문가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소송대리인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선임한 LG전자는 해당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같이 직무발명을 둘러싼 소송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9년 LG전자를 퇴사한 연구원 수십명이 회사를 상대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무더기 소송을 내기도 했다.
직무발명 소송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당한 보상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어느 정도가 정당한지 예측하기 어렵고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술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전체 기업의 40.3% 가량만이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이 중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보유·활용한 중소기업은 38.6%에 머무른다.
다만, 올해 직무발생보상금 비과세 한도는 연 500만원에서 연 700만원으로 상향됐다. 정부와 여당은 이공계 인력 사기진작 대책의 하나로, 직무발명보상금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연구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크게 늘려주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