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G삼정·EY한영 등 담당
전문가 "부실 명확한 곳 봤어야"
산은, 삼일회계법인에 실사맡겨
실제로 태영건설 측 감사인들은 계속 적정의견을 표명해왔다.
지난해 태영건설 재무 감사인은 KPMG삼정이다. 삼정은 당국의 지정 감사인으로 태영건설의 재무 상태를 들여다봤다. 이전까지는 안진 회계법인이 감사인을 맡았다. 모기업인 티와이홀딩스(작년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 지분 27.78%)의 감사는 EY한영이 담당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태영건설의 위기 경보 기능은 하지 못했다.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3곳이 태영건설과 직·간접으로 얽혀있는 것이다. 남은 곳은 삼일PwC 하나다. 반드시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삼일이 태영건설 실사를 맡게 됐다.
삼일은 태영건설 재무 관련 검토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를 비롯해, 자산, 부채, 현금 등 존속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18일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앞으로 3개월간 실사를 받는다. 이후 기업개선 계획을 수립, 오는 4월 11일 제2차 채권단협의회가 열린다. 5월에는 채권단과 태영건설 간 특별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실사가 오래 걸릴 경우 예정된 일정은 조금씩 밀릴 수 있다.
태영건설은 총 9조5000억원 가량의 보증채무 중 2조5000억원만이 우발채무라고 봤다. 브릿지론 보증(1조2000억원)과 분양률 75% 미만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1조3000억원)을 합산한 값이다.
감사인인 삼정은 가장 최근인 작년 3분기 분기보고서 감사 때도 이를 '이상없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 PF 사업장의 부실 규모가 기존에 추산한 것보다 많을 수 있다고 봤다. 태영건설이 위험하지 않다고 분류했고 이를 삼정이 검토해서 적정하다고 평가한 사안 중에도 부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기관은 직접 대출을 검토할 수 있는 반면, 건설사는 대출에 대한 신용공여를 평가해야한다. 실제 우발채무가 발생하더라도 부실 대비 충당금을 쌓는 충당부채 단계로까지 분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분류 결과에 따라 건설사의 순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장을 직접 들여다보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의 자료를 위주로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브릿지론은 거의 부실하다는 우려들이 지속적으로 나온 상황이었다. 지급보증을 한 곳 중에 부실이 명확해진 곳들을 더욱 면밀히 들여다봐야했던 것 아닌지, 삼정이 이를 완전히 몰랐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전부터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주가가 출렁이면서 피해 본 투자자가 있기 때문에 앞선 감사의견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분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신용평가를 한다. 상황이 좋지 않은 업장에 대해 들여다보려면 분기보고서가 기본인데 채권 신용등급 조정이 늦었던 원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티와이홀딩스에 대한 한영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적정) 역시 문제 소지가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 가운데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우선 사용했는데, 보고서상 나타나지 않은 급한 사정이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탓이다.
태영건설의 실사 난이도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지난 2018년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 이후 워크아웃이 실시된 첫 사례다. 개별 PF 사업장만 60곳이다. 이중 브릿지론 단계로 알려진 18곳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시장에선 회계법인의 '묻지마 적정의견'이 부실 감사의 결과라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금융감독원이 상장법인 2511사에 대해 2022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적정의견 회사 수는 2458사를 기록했다. 전체 97.9% 비중의 회사 재무를 적정하다고 보증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외부감사법을 도입, 엄격한 감사 환경을 조성한다고 밝혔지만 시행 이후 오히려 적정의견 비중은 늘었다. 적정의견 비중은 2019년 97.2%, 2020년 97%, 2021년 97.2%를 기록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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