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아파트나 건물 옥상 등에 중계설비를 설치하면서 내야할 임차료를 6년 넘게 담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회사의 관련 시장 점유율이 100%에 달하고, 아파트 입주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점 등을 고려해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5일 LGU+와 KT, SKT와 그 자회사 SKONS 등 4개사의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향후금지명령)과 과징금 총 199억 7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SKONS는 2015년부터 SKT에서 임차 관련 업무를 이관받은 회사다.
이통 3사가 4G나 5G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하려면 이용자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중계기를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사는 아파트나 건물 등의 옥상이나 소규모 토지를 다수 임차하는데, 2011년 이후 4G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설비 설치 장소를 경쟁적으로 임차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이통 3사는 2013년 3월쯤부터 본사 및 지역 협의체를 결성하고 조직적인 담합을 진행했다. 이들은 본사 및 수도권 담당자 약 50명이 과천 관문체육관에 모여 족구를 하고, 막걸리를 마시며 임차료 인하 공조를 선언했다. 일명 '막걸리 회동'으로 기본합의에 이른 후, 본사는 적극적으로 지역에 공조활동을 지시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임차료가 높은 '고액국소'를 상호 지정하고 거의 한몸처럼 임대인과 계약갱신 협상에도 나섰다. 계약만료일이 먼저 도래하는 사업자가 주관사가 돼 기존 임차료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나머지 2개사도 순차적으로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는 등의 방식이었다. 이때 임대인이 가격 인하에 비협조적인 경우 3사가 공동으로 통신설비를 철거하기도 했다.
또 이통 3사는 신규계약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가격을 담합했으며, 기존 임차국소에 4G·5G 장비를 추가로 설치할 때 임대료 상한을 합의하기도 했다. 이렇게 담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통신설비 설치 임대차 시장에서 이통 3사가 거의 유일한 수요자로 시장 점유율이 100%에 달했던 덕분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은 2019년 6월까지 약 6년3개월동안 지속됐다. 담합 기간 동안 고액국소 평균 연 임차료는 558만원에서 464만원으로 낮아졌고, 신규계약의 평균 연 임차료도 202만원에서 162만원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단지 수입으로 들어가 장기수선충당금 등으로 쓰여야 할 돈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 이통 3사는 담합 행위를 즉각 중단했다. 본사 협의체가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상실했고, 지역 협의체는 그동안 내려오던 구체적인 지령이 사라지면서 더이상 담합이 유지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관련 매출액을 7500억원 정도로 산정하고, 그 3%에 해당하는 금액(199억 7600만원)을 과징금으로 매겼다고 밝혔다. 오행록 공정위 제조업카르텔조사과장은 "아파트 입주민 등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대기업간 구매 담합에 대한 적발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 주변에서 발생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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