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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와중 총사령관 전격 경질...왜 바꿨나?

강현철 기자   hckang@
입력 2024-02-10 05:26

잘루즈니 해임 시르스키 새로 임명...젤렌스키 분열노출
새 우크라 총사령관 "전쟁 방식과 수단 바꾸고 진화해야"
젤렌스키, '경질' 잘루즈니에 우크라 영웅상 수여키로
"최악 시점에 총사령관 해임…궁지 몰린 지도자 될 위험"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의 군 총사령관이 8일(현지시간) 전격 경질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간 불화설에 휩싸였던 발레리 잘루즈니 군 총사령관을 경질하자 최악의 시점에 내부 분열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혁신과 즉각적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해임을 통보하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58) 장군을 후임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대러 항전을 지휘해온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전쟁 초기 키이우를 방어하고 러시아에 점령됐던 영토의 약 절반을 되찾아 국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의 군사 정책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밝히며 갈등을 빚다 경질됐다. 이번 총사령관 교체는 2022년 2월 개전 이후 가장 큰 지도부 개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잘루즈니의 경질이 최악의 타이밍에 이뤄졌다며 이로 인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지도자가 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쟁이 곧 3년 차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지도부는 최근 러시아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주요 무기가 고갈된 가운데 미국 등 동맹국의 추가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내부 갈등도 다스려야 하는 등 여러 싸움에 직면해 있는데 이런 시점에 잘루즈니 해임으로 분열상을 극명히 드러내는 악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우크라이나 전문가 오리시아 루체비치는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가 "아드레날린의 힘으로 운영됐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실망이 있고 쓰라린 감정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 비해 푸틴 대통령은 잘루즈니 총사령과의 해임 소식이 공식 발표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공개된 개전 후 첫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는 등 자신감을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공개된 터커 칼슨 전 미국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에서 미국을 향해 "러시아와 협상해서 합의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라면서 "당신들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싸움을 멈추고 협상에 나서라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최근 러시아에 유리해지는 전황에 고무된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이를 지원해온 서방의 단일대오에 균열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통제권 유지 등 요구사항을 관철하고자 '휴전 협상'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한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9일(현지시간)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러시아군과 싸우는 방식을 바꾸고 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이날 취임 후 첫 공개 발언을 통해 "전쟁의 수단과 방법을 바꾸고 지속해서 개선해야 우리가 이 길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영웅'으로 불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이 전날 경질된 이후 그 자리를 이어받은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지난해 하반기 대반격 실패 이후 불리해진 전세를 바꿔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이 시작됐을 당시 지상군 사령관으로서 수도 키이우를 성공적으로 지켜내는 데 기여한 공로로 우크라이나 최고 영예인 영웅상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 2년 동안 전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군 못지않게 우크라이나 군의 피해가 컸던 동부 바흐무트의 전투를 그가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시 병력 손실에 개의치 않고 전투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우리 장병의 생명과 안녕은 언제나 우크라이나 군대의 주요 자산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젤렌스키가 영웅상을 수여하기로 한 것은 군 총사령관직에서 경질된 잘루즈니에게 단합과 존경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국민 여론조사에서 잘루즈니의 신뢰도는 88%에 달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62%였다.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의 군부 장악력과 대중적 지지 때문에 이를 견제하려고 대반격의 실패를 빌미로 경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이번 인사 조처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며 "지난해 지상 작전이 좌절된 이후 군에 쇄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 총사령관 전격 경질...왜 바꿨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CG)[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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