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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석 칼럼] 역지사지 토론으로 이념 양극화 극복하자

   
입력 2024-02-22 18:37

정병석 아름다운서당 이사장·前 노동부차관


[정병석 칼럼] 역지사지 토론으로 이념 양극화 극복하자
한국 사회는 중요한 사회 이슈에 대해 의견이 너무도 심하게 양분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객관적인 사실에서 벗어나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자료에서 형성된 확증편향에서 비롯되고 심화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의견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검색하면서 점점 더 그 신념이 옳다고 믿고 이를 강화하는 성향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정보를 무시하고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선택하거나 모호한 증거를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할 때 이런 편견을 나타낸다. 흔히 자신이 선호하는 SNS 정보에만 의존하고 다른 정보를 외면하거나 틀린 정보라고 무시하며 편견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본연의 의견도 아닌 편향된 의견에 우리가 왜 휘둘리는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편향된 의견을 유포하는 사람들이 문제이지만 이런 정보의 왜곡이나 유포를 저지하려는 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못된 편향을 극복하려면 객관적 정보에 입각해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 중요하다. 유대인 랍비들은 탈무드 교리 논쟁을 할 때 학생들에게 입장을 바꿔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견해를 주장해 보도록 훈련시킨다고 한다. 노사관계 학습에서도 노와 사의 입장을 서로 바꿔 상대편 입장에 서서 토론하게 하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런 훈련이 편견을 없애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최근 '아름다운 서당'(대학생들에게 동·서양의 고전을 읽게 하고 토론하는 리더 아카데미)의 한 세미나에서 시도한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 여름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를 둘러싼 논란과 수산물 기피에 관련된 상반된 논란 중에서 자신의 소신과 부합되는 것을 택하라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A 주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우리 수산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산물을 먹지 말자,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믿을만한 기관이 아니고 조사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B 주장은 IAEA에서 오염처리수를 검사한 후 국제기준에 비춰 안전하다고 발표했으니 수산물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고, IAEA는 UN의 기구이므로 그 발표를 신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학생 각자의 소신에 따라 A팀, B팀으로 나눈 뒤 실제 세미나에서는 입장을 바꿔 반대편 주장을 자기 팀의 주장으로 삼아 이를 대변하고 지지하는 '역지사지' 토론을 하도록 주문했다. 학생들은 반대편 입장을 지지하는 자료를 수집하고 논리를 정립하여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며 토론했다. 정해진 답은 없고 상반된 입장의 근거, 이와 반대되는 자기의 논리를 정립해보는 훈련을 통해 과거 자기 논리의 미비점을 찾아 보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였다.

역지사지 훈련의 성과는 놀라웠다. 학생들은 그간의 자기 입장과 다른 반대 입장에서 자료를 검토해보고 이를 지지하는 관점에서 토론해 보니 자신들이 그동안 편견에 빠져 잘못된 생각을 해왔다고 반성했다. 자기 자신의 논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주장을 마치 객관적 사실이나 자신의 견해인 것처럼 수용하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남에게 전달하며 논쟁을 벌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이런 훈련기회를 주어 스스로 찬반 양쪽 자료를 접해보고 독자적으로 판단하게 해야 잘못된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확증편향을 줄이게 되지 않을까. 사실 많은 이슈에 대하여 극심하게 여론이 분열되어 있지만 대부분 자세한 정보나 논점 자체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에서 유력 인사, 특히 정치인 등이 유도하면 자기 생각을 그에 맞춰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청년들이 왜 SNS의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에 휘둘리게 방치하는가. 대학생들이 독서를 많이 하지 않고 신문도 잘 읽지 않아 판단능력이 미흡하며 주요 사회 이슈에 관심도 별로 없기 때문에 SNS가 전달하는 단편적이고 편향된 정보에 더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이 자기 나름의 견해를 확실히 정립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여 소통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미래를 책임질 대학생들에게 이런 교육 기회를 넓히는 것도 사회의 중요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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