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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심판할 건가, 심판당할 건가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4-03-10 17:45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칼럼] 심판할 건가, 심판당할 건가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의 길을 찾겠다'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말은 '비도덕적 방식'을 모색하겠다는 의미였음이 드러났다. 수년을 끌어 이제 2심 판결이 난 재판에서 그는 2년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다. 3심에서도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당을 급조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한다. 그의 특기인 내로남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 안면몰수를 하겠다는 선언이다.

더 가관은 그의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지지율에서 15%(8일 기준 한국갤럽)에 이른다는 점이다. 조 씨는 당을 급조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자신들은 지역구 후보를 안 내고 비례대표에만 주력할 테니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일대일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기 바란다"고 했다. 소위 '조국빠'들에게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피고인 조국이 이렇게 대놓고 정치활동을 하는 데는 물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9년 9월 조국의 입시비리를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을 비난하며 주말마다 서초동에서 집회를 열었다. 파렴치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을 두둔하기 위해 수만 명이 모인 예는 헌정사에 일찍이 없었다. 그것도 한국사회에서 가장 공정성이 요구되는 대학입시에서 반칙과 속임수를 밥 먹듯 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수만 명이 '조국 수호'를 외쳤다.
조 씨 당의 지지율은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유권자들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 씨 당에 투표할 경우 국민의미래에 이어 비례대표 의석을 두 번째로 많이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조국 당이 세를 불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역시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와 그의 부인은 수천 억 배임 혐의에다 치사하다 할 만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이 대표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란 방탄을 입고 떵떵거리는 모습을 보고 조 씨인들 국회의원 한번 해보고 싶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조 씨 심중에 '당신보다는 그래도 나는 덜해'라는 생각이 들어차 있을지 모른다. 이 대표에게 선거 연대를 제안한 것을 두고 '피고인 연대'라고 부르는 건 그래서 너무도 당연하다.


조국혁신당을 '피고인 집합당'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이치다. 조 씨 당에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에서 3년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이 입당했다. 김학의 전 법무장관 불법 출국금지와 관련해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본부장과 이규원 검사 등도 모여든다고 한다. 이른바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사단'이라 불리는 검찰 출신들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조 씨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검찰이 소환하지 않는 것을 두고 '검찰은 국민의힘 위성정당'이라고 비난하지만, 그건 결국 문 정부 때 '조국사단' 검사들이 한 것 아닌가.

조 씨는 "하급심에서 유죄가 났다고 할지라도 상고하고 유무죄를 다툴 수 있는 헌법적 기본권이 있다"며 "그것이 보장 안 되면 민주공화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과연 법기술자다운 말이다. 그는 자신의 비양심적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비판이 들어오면 본질 호도 방식으로 피해간다. '구속될 가능성이 높은 범죄 피고인이 선거에 나와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그런 식이다. 그러면서 관심을 돌린다. 비판하는 언론에 40년 전 전두환 정권 때 일을 상기하며 정권과 언론이 결탁했다는 엉뚱한 말을 한다.

조국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것은 사회정의구현 시스템인 사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폐허'가 된 데도 원인이 있다. 조국 재판은 3년 넘게 끌고 있다. 황운하는 의원이 된 시점에 기소돼 지금도 여전히 의원이다. 사법의 붕괴는 사회 정의가 무너졌다는 의미다.

우리 국민은 그간 선거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군이래 첫 선거인 제헌의회 선거는 95.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부정선거에 분연히 일어나 4·19혁명을 일궜다. 내손으로 대통령을 뽑겠다며 정권을 압박해 1987년 '6·29 항복'을 받아냈다. 국민을 농락하고 헌법질서를 희롱하는 자들을 이번에 심판하지 못하면, 저들이 국민을 심판하겠다고 달려들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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