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열기 검색열기

[예병일 칼럼] 정치 양극화 증폭시키는 비례대표제 폐지해야

   
입력 2024-03-18 19:11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칼럼] 정치 양극화 증폭시키는 비례대표제 폐지해야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자 또다시 비례대표제라는 정치제도가 국민의 눈살을 자주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과거부터 '부적절한 인물'의 정치 등용문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비례대표제는 최근에는 인터넷 시대의 부작용과 결합해 '정치 양극단화'를 증폭시키는 주역으로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사회 분열을 야기하는 비례대표제는 이제 폐지해야 할 때가 됐다.


현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단화(polarization)이다. 토론과 설득을 통해 적절한 방법을 찾는 정치는 실종됐다. 공존, 존중이라는 공화주의의 원칙은 사라지고 상대방은 전쟁과 타도의 대상이 됐다. 이 양극화에는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
인터넷 등장 초기에는 시민들이 인터넷에서 정치에 쉽게 참여해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하는 숙의(熟議)민주주의가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로 인해 사람들은 SNS 공간에서 같은 진영의 주장들만 접하며 양극단으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비례대표 출신 정치인들이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주장을 하면서 양극단화를 심화시켰다.

비례대표제는 원래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국회의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다. 전문성을 갖춘 정치신인에게 기회를 주려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명분은 한국의 현실에서 형해화된 지 오래다.

오히려 정치의 양극단화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당의 지도부가 있다면, 이 비례대표제는 악용하기 매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전문성을 보완하는 양질의 신인을 추천하기는커녕 자신을 대변하는 '나팔수'나 '돌격대원' 역할을 잘할 사람을 손쉽게 의원으로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비례대표제가 인터넷 시대의 양극단화 경향을 더욱 증폭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한국 정치 모습이 그렇지 않다고 나는 자신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둔 요즘, 정당들이 공천 작업 마무리에 한창이다. 이번에도 여러 잡음이 들리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제가 역시 그 중심에 서 있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제를 4년 전의 준연동형으로 할지 아니면 그 이전의 병립형으로 할지 오락가락하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결국 막판에 준연동형으로 결정했고, 결국 4년 내내 '꼼수'라고 비판받았던 '위성정당'이 재출현하는 모습을 국민이 또 보게 만들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김의겸 등 비례대표 의원 6명을 자신이 주도하는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으로 보내기 위해 제명하는 소위 '의원 꿔주기'를 진행했다. 준연동형을 반대했던 국민의힘도 이에 앞서 의원 꿔주기를 실행했다.

또 민주당은 비례용 위성정당의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소위 시민단체인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추천한 후보 3명에 대해 반미, 병역기피 비판이 쏟아지자 논란 속에서 이들을 배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민주당은 이들 대신 구 통합진보당 계열의 강성 인물들을 당선 가능권에 올렸다. 이 위성정당에 안정권인 6순위 후보로 오른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은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비례 후보로 국회에 입성한데 이어, 이제 초유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재선' 성공을 눈앞에 두게 됐다.

조국혁신당도 논란이다. 이 당에서는 조국 대표와 황운하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황운하 의원도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안그래도 허점이 많이 드러났던 비례대표제도가 최근에는 검증되지 않은 인물의 쉬운 국회 입성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민심과는 동떨어진 그런 사람들이 의원이 되어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주장을 일삼을 경우, 정치의 양극단화가 더욱 조장될 우려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번 국회에서도 허위 의혹 제기 등 무분별한 언행으로 논란이 된 의원들을 보면 비례대표인 경우가 많지 않았냐는 지적도 있다.

제도 취지의 유명무실함을 넘어 SNS와의 콜라보를 통해 한국정치의 양극단화를 증폭시키기까지 하고 있는 비례대표제. 유권자가 계속 지켜보며 눈살을 찌푸려야할 이유가 있을까. 이제 제도 자체를 폐지할 때가 됐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