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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칼럼] 의대증원 2000명만큼 투자할 의지 있나

   
입력 2024-03-27 18:34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양준모 칼럼] 의대증원 2000명만큼 투자할 의지 있나
교육부는 지난 20일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증원된 인원을 반영해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신청서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토록 했다. 전대미문의 증원 정책이 대교협 승인만을 남겨놓은 셈이다. 정부가 대교협의 승인 절차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문제는 불합리한 정책이 도입되는 전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의사들의 연봉과 필수 의료 부족 사태를 고발하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도 옳은 일은 한다는 확신에 차 있어 보인다.
정부는 의대 정원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따른 각종 비용의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정의롭게 보이는 정책의 뒷수습은 국민의 몫이었다.

과연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국민에게 좋은 정책일까? 만약 의료 행위와 그에 대한 대가가 일반 상품처럼 시장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다면 의대 정원의 증원은 일반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의료산업에서는 각종 규제로 인해 일반적인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의료 서비스와 관련 없이 소득에 따라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와 진료받은 이후 본인이 병원에 직접 내는 부담금으로 구성된다. 병원은 의료 행위에 따라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정산을 받는 수입과 환자의 자기 부담금을 받아 운영한다. 의료 행위에 관한 것들을 결정하는 주체는 시장이 아니라 정부 관료다.

의료 파행은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수가의 원가보전율은 터무니없이 낮다. 병원은 비현실적인 가격을 받아 기적처럼 진료 환경을 유지해왔다. 불합리와 불평등의 조합으로 운영되는 것을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른다. 불합리한 제도 하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이 기적의 작동 원리가 무너진다.


좋은 병원이나 나쁜 병원이나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같다. 당연히 환자들은 좋은 병원에 몰려간다. 병원은 낮은 의료수가로 환자들을 줄지어 밀어내듯이 진료하지 않으면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지역에는 의료 서비스가 사라지고, 수도권 병원에만 환자가 몰린다. 원가가 낮으니, 큰 병원도 전공의들을 많이 활용한다. 전공의들은 고급 인력이지만 낮은 임금을 받는다. 전공의들도 좋은 병원에서 수련해야 전문의가 됐을 때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전공의들은 인고의 시절을 보내며 미래를 기다린다.

산부인과나 소아과들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의료정책으로 무척 어려워졌다. 소아청소년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은 회피의 대상이 됐다. 의사들은 무과실 책임까지 지우려는 사법적 분위기로 시달린다. 현재의 문제점은 낮은 비용으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최대한 제공하려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정책 목적이 의사 수의 증가가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개선에 있다면 증원된 의사 수에 부합하는 협력 의료 인력의 양성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운영 자체가 어려운 병원들이 의사와 협력 의료 인력의 채용을 늘릴 수 없다. 쏟아져 나온 의사들은 갈 길이 없다. 건강보험의 신화는 사라지고, 고비용 체제가 구축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좋은 의사가 당연히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교육환경에서 정원이 증가하면, 이미 빽빽하게 채워진 대형강의실 의자의 수가 65.4% 더 늘어날 뿐이다. 실습할 재료나 환자 진료를 배울 의료 현장도 없다. 좋은 의사는 오랜 세월 인고의 결실이다. 준비되지 않은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의 뿌리까지 흔든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정당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 시장원리의 기본이다. 의료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면, 그에 걸맞은 비용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린다면, 그만큼 의료 수요도 매년 추가적으로 늘어야 한다. 2034년에는 지금보다 총인구가 약 81만명 감소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종합대책이 없다면 정부는 증원계획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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