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숫자 정해놓은 상태에서 의논 의미 없어"
"대전협 제안에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있어"
"일부 개원의 주40시간 '준법진료' 나선 것으로 파악"
의협회관서 파독 광부·간호사 시위 "즉시 복귀"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12만 의사들은 현재 의정 대치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될 것으로 생각하고 발표를 지켜봤지만,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담화문에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이 실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은)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많은 논의를 했다고 했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계의 의견은 전혀 들어주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의대 증원 2000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돼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화문에 담긴 여러 내용은 기존에 의협 비대위 발표 등에서 여러 자료를 들어 반박했던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에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며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단체는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무엇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길인지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의 입장은 '2000명'이란 의대 증원 숫자에 대한 후퇴 없인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숫자를 정해놓은 상태로 여러 단체가 모여서 협의 내지는 여러 가지 의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의료계에서 단일한 의대 정원 안을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지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제안에 이를 위한 기구 설치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은 지난달 20일 성명에서 정부에 7대 요구를 제안하면서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증원과 감원을 같이 논의하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총파업' 등 단체행동 개시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의료계가 총파업을 하는 일은 앞으로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계속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만약 단체행동에 들어가게 된다면 전 회원 투표로 방법과 시기를 결정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직 그럴 시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이 전공의나 의대생이 한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했다"며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당선인과 같이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 방침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부터 일부 개원의들이 근무 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제한하는 '준법진료'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날 의협 회관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모여 의사들에게 환자 곁으로 돌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는 "파독 광부들은 지하 1000미터 막장에서 얻은 질병, 진폐, 규폐, 청각장애 등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죽어간다"며 "의협은 환자를 담보로 협박하지 말고 환자 곁으로 즉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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