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9일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대국민담화에 대한 여당의 반응이 갈린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면서도 당·정이 함께 노력하겠다며 다잡기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1일 부산 남구 지원유세를 하던 중 윤 대통령의 담화가 끝나자 "제가 집권여당 대표로서 말씀드리겠다"며 "우리는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의사 증원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다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됐기 때문에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렸다"며 "다수 국민은 정말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공감하시는 반면 상황의 조속한 해결도 바라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에 앞서, 자신이 대통령실에 직접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에 관한 '유연한 자세'를 요청했단 보도를 확인한 셈이다. 지난달 말부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나는 등 중재에 나선 연장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저희는 국민이 원하는 그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 그리고 정부·여당으로서 함께 그 노력을 같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유세에선 의정(醫政)충돌 직접 언급을 피했지만 '민심 순응'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오후 부산진구에서 "제가 (당에) 온 다음 여러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걸 어떻게든 바꾸려 몸부림, 발버둥치고 실제로 그래왔다"며 "정부여당이 부족하다 생각하시는 건 저한테 얘기하시라. 책임지고 목숨 걸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대구 유세에서도 "정부를 맡은 사람들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할말이 있더라도 '반성한다'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표된 서울경제신문 의뢰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달 28~29일·전국 성인남녀 1011명·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안에 관해 응답자 65%는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을 통해 증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원안 고수' 의견은 31%에 그쳤다. 여권에선 최근 안철수·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각각 '의대 증원규모 과학적 재산출'과 '모든 의제를 새롭게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민심 풍향계에 민감한 수도권 주자로서 목소리를 내온 셈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도 윤 대통령 담화에 앞서 "의료파국이 임박할수록, 의료파탄으로 국민 피해가 커갈수록 국민께선 결국 정부여당을 원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담화 이후엔 윤 대통령의 미복귀 전공의 직접 설득 부재 등 비판이 잇따랐다.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후보는 "대통령은 갈등 해결의 최종 책임자"라며 "법률적 사고가 아닌 정치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전향 운동권 출신'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국민 생명권 담보로 일방적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누가 동의하나"라며 "그렇게 행정·관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달라"고 공격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제22대 총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연제구 연산역 앞에서 김희정 부산 연제구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