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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수수료` 자초한 운용사 출혈경쟁

김경렬 기자   iam10@
입력 2024-04-02 16:28

자산 84.7조에도 수익 감소
0.1% 미만 ETF상품 200개
"경쟁 심화에 보수만 없앤꼴"


`쥐꼬리 수수료` 자초한 운용사 출혈경쟁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제공>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 규모가 커졌지만 수익률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운용수수료율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수수료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공모펀드의 수수료 수준(1~2%)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사실상 무료 상품도 있다. 자산운용사의 매출처는 대체투자, 부동산 투자 등으로 다양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초저리 수수료율로 인한 자산운용사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상장된 액티브·패시브형 ETF 상품은 총 835개(상장 폐지 예정 포함)다. 이중 운용수수료가 0.1% 되지 않는 상품은 200개에 달한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을 고르지 않아도 되고,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으로 언제든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게 액티브형과 패시브형으로 나뉜다.

패시브형은 특정지수를 따른다. 지수의 흐름이 곧 수익률인 셈이다. 액티브형은 전문 투자 관리자가 시장 상황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관리자 판단에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액티브형 중에 수수료율 0.1%가 되지 않는 상품은 69개. 액티브ETF 전체 상품(195개)의 33%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대부분 채권형 상품으로 운용역이 개입하지 않는 '무늬만 액티브'다. 운용역이 개입하는 상품조차 1%를 넘긴 것은 없다.

운용역이 개입하지 않는 패시브형의 수수료율도 마찬가지다. 전체 상품(650개) 중 수수료율이 0.1% 이하인 상품은 127개다. 평균 수수료율은 0.31%로 1%를 한참 밑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미국배당다우존스'(2023년 6월 상장), 신한자산운용의 'SOL미국배당다우존스'(2022년 11월 상장),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미국배당다우존스'(2021년 10월 상장)는 수수료율이 0.01%다. 운용수수료율이 사실상 무료인 셈이다.



이런 현상은 경쟁이 격앙된 결과다. 시장에 최초로 상품을 선보이면 후발주자들이 유사 상품을 만들어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제공하거나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으로 수수료율이 내려간다. 특히 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형은 차별점이 없다보니 낮은 수수료로 고객이 몰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ETF 보수 자체를 없애는 경우가 많다"면서 "삼성자산운용 외에는 ETF 손익이 모두 적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마케팅 결과는 내실없는 외형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수탁고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수익은 시들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산운용사(전체 468곳)의 운용자산은 148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대비 84조7000억원(6.1%)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이들 자산운용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60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2조8513억원) 대비 43.8% 줄어든 액수다. 수수료 수익은 3조9188억원으로 같은 기간 3.1%(1267억원)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자산운용사의 낮은 수수료율에 대한 시장의 불만 사항은 접수했다"면서 "당국 차원에서도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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