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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AI법, `출발은 작게 결말은 크게`

팽동현 기자   dhp@
입력 2024-04-08 19:01

팽동현 ICT과학부 기자


[현장칼럼] AI법, `출발은 작게 결말은 크게`
"정부는 AI(인공지능) 혁명을 저성장·저출산 등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희망으로 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4일 민·관 AI 최고위 거버넌스 'AI전략최고위협의회' 출범을 알리기 위해 배포한 자료에 담긴 문구다. 이 협의회는 그동안 분야별 포럼·자문위원회 등이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한계를 넘어 관계부처와 주요 기업들이 국가 AI 혁신을 함께 이끌어가기 위해 마련됐다. 출범식에서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AI·양자·첨단바이오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대통령실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고, AI가 가장 앞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AI는 여야의 22대 총선 공약에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AI 기술개발과 핵심인재 양성 △학습용 데이터 확충 △AI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제고 △국민 체감 높은 분야에서 AI 확산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AI 중심 전문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AI 데이터 활용 기반 조성 △AI·클라우드 서비스 활성화 △AI 기술 인재 양성 △AI 기술 활용 확산과 부작용 규제 위한 법·제도 마련 등이다. 대동소이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AI반도체 산업 육성, 더불어민주당은 공공 SW·클라우드 시장 현안에도 각각 초점을 맞춘다.

이렇게 보면 정부와 국회 모두 AI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인 것 같다. 그런데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 통칭 AI기본법의 국회 통과는 지지부진하다. 이 법안은 2021년 7월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안부터 2022년 12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안까지 여야에서 개별 발의된 7개안을 과기정통부가 병합한 것이다.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2소위까지 통과했음에도 상임위 전체회의에 한 해가 넘게 계류 중이다.

제동이 걸린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 법안에 담긴 '우선허용·사후규제' 원칙이 지목된다. 기존보다 AI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기본권 침해 등 예상치 못한 위험 발생 가능성을 제기하며 해당 원칙을 삭제해야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납득할만한 지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생성형 AI를 처음 접하다시피 했던 한 해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도 간과돼선 안 된다. 시장 선두를 다투는 MS(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 정부까지 나서서 거액의 투자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미 다가온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새 AI 안전성과 규제 논의에도 세계적으로 진척이 있었다. 미국에선 지난해 10월말 바이든 대통령이 AI 안전성·보안 기준 수립과 이행 등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어 11월 영국에서 열린 첫 AI안정성 정상회의에선 한국·미국을 비롯한 10개국과 EU(유럽연합)가 AI모델 사전 안전성 테스트에 합의했다. 나아가 유럽에선 3년 전부터 고위험 AI 대상 규제 등을 위해 추진돼온 EU AI법이 지난달 유럽의회를 통과, 세계 첫 AI법이 됐다.

그동안 국내 산업계에는 섣부른 규제가 글로벌 추세와 보조가 어긋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아직 글로벌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곤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추릴 수는 있어 보인다. 또 현재 입법 추진 중인 AI기본법에는 우선허용·사후규제 규정이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적으로 AI 경쟁이 가열되면서 국가 미래 먹거리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적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지금은 산업진흥과 신뢰조성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에 적절하고, 또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AI 분야는 아직 시시각각 변하니만치 첫술에 배부를 생각 말고 작게, 빠르게 AI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지도록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다.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서 AI 등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나 설명요구 등 대응권이 생겼으므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연내 AI기본법 통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나, 오는 6월 두 번째 AI 안정성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기 전에 제정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일 것이다. 5월 29일까지인 21대 국회에도 쉽진 않겠지만 시간은 있다. 22대 국회로 넘어가 다시 절차를 밟는 일 없이 깔끔한 마무리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d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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