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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의 정책톡톡] 조기집행하면 경평 가점, 현장서는 `빨리빨리`

최상현 기자   hyun@
입력 2024-04-11 11:56
[최상현의 정책톡톡] 조기집행하면 경평 가점, 현장서는 `빨리빨리`
기획재정부. [최상현 기자]

기획재정부가 내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상반기 조기집행'에 대한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혀 공공기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는 202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 중 '공공기관 혁신 노력과 성과 가점'에 기관별 예산 조기집행률을 반영할 방침이다. 매년 2~6월 전년도 재무건전성과 생산성, 비용절감 노력 등을 평가하는 경평은 공공기관에게는 한해 성적표나 다름없다.
경평의 총 배점은 100점. 기관 종합등급이 C등급(보통)에 미치지 못하면 임직원 성과급이 사라진다. E등급(아주 미흡)이나 2년 연속 D등급(미흡)을 받으면 정부가 기관장 해임도 건의할 수 있다. 기관의 운명을 가르는 C등급 커트라인은 60점. 전년도에 좋은 성적은 못 받은 기관은 경평 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운영한다. 조직 체질이 하루 아침에 변하기 어렵다보니 '가점'으로 부여되는 5점의 비중이 상당하다.

지난해 12월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는 '공공기관 혁신 노력과 성과 가점'의 요소로 '국무회의 및 경제정책방향 등에 의해 확정된 대규모 국책사업의 채권발행 등을 통한 투자계획 적극 수립 및 집행실적 제고'라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건설·투자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어려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상반기에 전체 재정의 65%에 달하는 350조원가량을 조기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철도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 등의 사회간접자본사업(SOC) 63조4000억원 중 55%인 34조900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대처하겠다고 했다.



SOC 사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공공기관이라도 가점을 받으려면 조기집행 기조에 동참해야 한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빨리빨리'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1분기에 사업 검토를 완료해야 상반기에 집행이 가능하니, 그야말로 '초스피드 결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재부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면 공공기관 입장에선 따를 수 밖에 없지 않겠나"며 "조기집행률을 따져 경평 가점을 매긴다고 하니 1분기 내내 각종 사업을 밀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시간을 두고 찬찬히 검토했을 사업도 지금은 대충 결재 도장을 찍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조기 집행이 장기적으로 재무건전성에 해가 된다는 걸 알지만, 멀리 보기엔 경평이 너무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 활력 제고에 동참한 공공기관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차원"이라며 "그 외에도 물가 안정이나 정책과제 달성 등에도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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