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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22대 총선, 국민들은 무엇을 원했나

   
입력 2024-04-11 18:54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칼럼] 22대 총선, 국민들은 무엇을 원했나
22대 총선이 끝났다. 여러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총선의 예상 판도가 크게 요동쳤고, 그에 따라 정당들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졌던 22대 총선 결과는 민주당의 175석 압승과 국민의힘의 108석 참패, 그리고 조국혁신당의 12석 약진, 그밖의 군소정당들의 사실상 소멸로 나타났다.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 및 정당지지율 추이 등에 비추어 볼 때, 뜻밖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런 선택을 한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계속 국민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며, 국민과 정치의 괴리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또한, 국민의 뜻을 바로 읽어야만 작게는 22대 국회, 크게는 대한민국 정치 전반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할 점은 22대 총선 결과를 낳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다. 국민들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크게 신뢰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 힘에 대한 실망과 불신일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주효한 탓일까?

양당의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 이재명 대표의 공천과정과 이른바 비명횡사에 대한 비판이 컸다는 점,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높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22대 총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도 몇 가지 세밀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점들이 있다. 22대 총선의 시기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맞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 한동훈 위원장이 맞불 놓았던 운동권 심판론이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송영길, 임종석 등 대표적 운동권 후보자들이 탈락하는 바람에 힘을 잃었다는 점, 여야 모두 선거운동에서 잡음이 많았지만 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미치는 파급효가 더 컸다는 점은 간과해서 안 된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국가이며,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대통령의 권력이 크다. 국회 전체보다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모든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압도적인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보다, 이미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조국 대표의 문제보다 윤 대통령의 작은 실수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거야 견제론에는 국민들이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물론 문제가 있음을 알지만, 국회 전체의 힘이 제왕적 대통령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평가의 중심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여당에 표를 주고, 대통령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야당에 표를 주는 것이 국민 다수의 판단인 것이다.

앞으로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2028년 총선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때에는 또 무엇이 국민들의 판단을 좌우하게 될까? 여전히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중요할 것이지만, 임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이번 총선과 달리 차기 대권후보에 대한 평가, 그리고 정당에 대한 평가가 더 큰 비중을 갖게 될 것이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수권정당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또한, 이번 총선과 달리 차기 선거의 당대표가 누구이며,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떠한지도 매우 큰 비중을 갖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설득력 있는 정책대안들을 계속 제시하는 가운데 정책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왜 영남의 투표율이 낮았는지에 대한 반성, 왜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 지역의 지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에 대한 절절한 자성과 개선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 기대어 자생력이 약화되지 않았는지, 여당으로서 민심을 잘 읽고 정책에 반영하는데 소홀했는지, 그리고 능력있는 정치인들의 발굴과 양성에 충분히 노력했는지….

영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요구되는 변화의 중심은 국회가 아니라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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