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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여친 191회나 찔렀는데…징역 17년?" 딸 잃은 모친 절규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24-04-14 13:28
"결혼할 여친 191회나 찔렀는데…징역 17년?" 딸 잃은 모친 절규
살인사건 가해자 류모씨(오른쪽)와 피해자 정혜주씨. [정혜주씨 유가족 제공]

"'어머니, 잘못했어요' 말 한마디 할 줄 알았어요. 그 소리를 기다렸는데…"


결혼을 약속한 동거남에게 흉기로 무려 200회 가까이 찔려 잔혹하게 살해당한 정혜주(사망 당시 24세)씨의 모친 차경미(54)씨는 이같이 말했다.
차 씨는 지난달 20일 가해자 류모(28)씨의 살인 사건 항소심 재판이 열린 춘천지법을 찾아 재판을 지켜봤다.

차 씨는 혹시나 가해자가 자신을 향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런 말도 들을 수 없었다.

혜주씨는 지난해 7월 24일 낮 12시 47분께 강원 영월군 집에서 류씨에게 살해당했다. 불과 40여분 전 류씨에게 '잘래', '졸려'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집에서 잠을 청하며 쉬고 있었던 혜주씨는 류씨가 휘두른 흉기에 온몸을 찔렸다.

부검 결과 류씨가 찌른 횟수는 총 191회였다. 단 6분 만에 이뤄진 잔혹한 범행었다. 류씨는 범행 직후 자해하고 낮 12시 53분 112에 범행 사실을 신고했다.

계획적이라고 보기엔 범행 직전 엘리베이터를 탄 모습은 너무나 평범했고 미리 준비한 흉기도 없었다.

류씨가 경찰에 털어놓은 첫 범행 동기는 '층간소음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는 "피해자로부터 '정신지체냐'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차 씨는 "어떤 이유든 간에 191회나 찔러 죽일만한 이유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차씨는 "100번 양보해서 모욕적인 말을 들어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할지라도, 우발적이라는 게 한두 번 찌르는 게 우발적이지…"라고 했다.

제1형 당뇨병(소아당뇨병)을 안고 태어난 혜주씨는 주삿바늘을 달고 살다시피 할 정도로 몸이 불편했다.

의사는 "사는 게 중요하지, 학교가 뭐가 중요하냐"며 걱정했지만 혜주씨는 꿋꿋하게 학교와 병원에 오가며 초·중·고등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세 자녀 중 맏딸이었던 혜주씨는 가족들과 마트에 가서 먹고 싶은 걸 가져오라고 하면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사탕 하나, 껌 하나만 들고 올 정도로 속이 깊었다.
그런 혜주씨가 지인 소개로 류씨를 만난 건 2022년 봄이었다. 그해 3월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혜주씨를 류씨가 자주 병문안 오면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2024년 3월 16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공공임대주택에서 2022년 11월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혜주씨는 류씨 혼자 생활비를 감당하게 하는 것이 미안해 의료수급을 포기하고, 카페와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만 두 탕을 뛰며 생활비를 보탰다.

애초에 예물이나 예단 따위는 생략하기로 했다. 2023년 9월에 류씨가 숙소를 제공하는 충남지역 회사로 직장을 옮기기로 했고, 10월엔 웨딩 촬영 계획을 잡는 등 결혼 준비를 두고 이렇다 할 말다툼이 오가지도 않았다.

차씨는 사위도 자식이라고 여기고 류씨를 가족처럼 살갑게 대했다. 하지만 류씨의 끔찍한 범행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정신병원까지 입원했던 차씨가 정신을 차리고 난 사이 류씨는 지난 1월 춘천지법 영월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층간소음 문제와 경제적 곤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살해했다는 점이 선뜻 이해되지 않고, 이례적인 범행동기를 가질 만한 정신질환도 없었던 점을 근거로 피해자로부터 '정신지체냐'라는 말을 듣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범행 당시 일시적인 정신 마비로 인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류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징역 25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검찰이 유족에게 지급한 유족구조금을 류씨 측이 구상금으로 검찰에 지급한 사정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삼아 징역 17년을 내렸다.

이 사건 선고공판은 17일 열린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결혼할 여친 191회나 찔렀는데…징역 17년?" 딸 잃은 모친 절규
정혜주씨 생전 모습[정혜주씨 유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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