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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짙어지는 중동전쟁 그림자, 보복 악순환 끊어라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4-04-21 18:47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짙어지는 중동전쟁 그림자, 보복 악순환 끊어라
이란은 고대 아케메네스 제국 이래 전통적 강대국이었다.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던 아리안족은 남쪽으로 이동해 지금의 이란 땅(페르시아)에 정착했다. 기원전 550년경 이 곳에 아케메네스 왕조가 탄생했다.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제국이었다. 제국은 정복전쟁에 나서 오리엔트 문명권 전체를 하나로 묶었다. 전성기 때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3개 대륙의 영토를 지배했었다. 1935년 팔레비 왕정에 의해 이란으로 국호가 개명되기 전까지 이란은 페르시아로 불렸다.


친미 성향의 이란 팔레비 왕조는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 혁명으로 관계는 급랭했다. 강력한 반미·반이스라엘 기치를 내건 신정국가는 미국에 등을 돌렸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도 단교했다.
그래도 양국 관계는 1980년대까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다. 1980년 이란-이라크 8년 전쟁이 시작됐을 때 이스라엘은 무기 등을 공급하며 이란을 도왔다. 이후 이란이 레바논,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반이스라엘 성향 무장단체를 조직하고 지원하면서 관계는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10월 7일(현지시간)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가뜩이나 나쁜 양국 관계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은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수뇌부를 제거했다. 이란은 보복했다. 이스라엘 본토에 드론과 미사일 300여발을 발사했다. 하지만 절제된 보복이었다.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란의 의도를 알아챈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미국이 지원하거나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빨리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재보복을 선언했고 미국의 만류에도 이를 강행했다. 지난 19일 새벽, 이스라엘은 이란 본토에 반격을 가했다. 드론, 미사일을 동원해 핵시설과 공군기지 등이 있는 이스파한 지역을 공격했다. 그러나 제한적 군사작전에 그쳤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신조를 가진 이스라엘로서는 너무 '겸손한' 수준이었다. 이스라엘 역시 확전을 원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다만 언제든지 급소를 찌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는 분명히 발신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이렇게 공격 수위를 조절한 만큼 확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반면 오랜 관례를 깨고 상대국 영토를 직접 타격했다는 점에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리 세력을 통한 '그림자 전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졌다. 당장은 갈등이 더 고조되지는 않겠지만 추후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성은 더 커졌다는 관측이다.
관건은 이스라엘이다. 사태를 키우지 말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다면 중동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그가 이끄는 극우정권은 바이든의 말을 듣지 않는다. 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의 폭주를 멈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네타냐후 정권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중동은 불바다가 될 것이다.

중동의 긴장 고조는 글로벌 안보와 경제에 중대 리스크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국이고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의 핵농축 수준대로라면 이란이 이미 핵폭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면충돌이 빚어지면 핵 위협은 순식간에 확산된다. 이스라엘의 배후에는 미국, 이란의 배후에는 러시아라는 핵 강대국이 있다.

양국이 전면전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여기서 멈출지 기로에 섰다. 만약 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되면 대재앙이다. 유가와 환율은 요동치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는 된서리를 맞을 것이다. 특히 에너지 자원을 중동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에는 엄청난 타격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국제사회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미국의 역할이 막중하다. 미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억제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긴장의 근원인 가자지구에 평화가 찾아와야 한다.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한 때다. 평화유지군이라도 파견해 인간의 피가 더 이상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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