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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바이든·트럼프가 쏘아올린 美中 무역 난타전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4-05-26 18:43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바이든·트럼프가 쏘아올린 美中 무역 난타전
대(對)중국 '관세폭탄'이 미국 대선에서 새로운 전선이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앞다퉈 공약하는 모양새다. 서로를 거세게 비난하며 충돌해온 두 사람이건만 중국에 대한 경제 압박 만큼은 한 목소리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무더기 관세폭탄을 던졌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전기차 등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한 것이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4배로 올리는 것을 비롯해 배터리, 반도체, 태양전지, 일부 의료품 등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번 관세 인상 조치의 일부는 오는 8월 1일 발효된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멕시코에서 생산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도 관세를 올릴 것을 예고했다. 중국이 멕시코를 미국 무역 제재의 우회 통로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설마했는데 바이든의 무역정책은 점점 더 트럼프처럼 변하고 있다.

재임 시절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전기차 뿐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관세 인상을 확대 적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동차 등 다른 많은 품목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자신이 재집권하면 중국을 고율 관세로 옥죄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 인상은 자신의 무역 정책을 베낀 것이라며 대중 강경 무역 정책을 자신이 시작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두 대선 후보의 이같은 '중국 때리기' 행보는 대선 승리에 필수적인 경합주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5대호 연안의 쇠락한 공업지대)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세가 팽팽한 지역이다.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반드시 이곳을 잡아야 한다. 무역 이슈는 이 지역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현안이다. 그래서 누가 더 노동자 일자리에 대한 열렬한 수호자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두 사람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바이든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대중 강경 노선은 선거 당일까지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미국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대결적 입장을 강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에 중국은 '눈에는 눈'이라며 맞대응 제재에 거리낌이 없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취임식이 열렸던 지난 20일 중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데 관여한 미국 보잉의 방산 부문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대형 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에 대한 관세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미중 충돌은 이렇게 '관세전쟁'까지 가세하면서 점입가경이다. 끝이 안보일 정도다. 누구도 약하게 보이길 원하지 않는다. 둘 중 하나가 항복하지 않는 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양국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무역전쟁이 격렬해지면 그만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세 부과는 보복을 불러 일으키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까지 참여하면 그 과정에서 세계는 '번영'을 잃게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쟁터에서 물러나지 않고 서로를 계속 공격한다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삶은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은 더 암울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거대한 무역장벽을 세워나가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격랑 속에 빠져들 것이다. 대중 관세 인상으로 한국 수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일시적인 이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폭탄 맞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안이하게 대처하다가는 등이 터질 수 있음을 망각해선 안된다.

그렇다고 두 나라 중 더 센 나라에 일방적으로 붙겠다는 '몰빵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 '몰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잘못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택일 보다는 균형을 유지하면서 실익을 최대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능력을 믿는다. 미중 무역 난타전에서 살아남을 정교한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기대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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